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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규제 마련 나선 정부…서울 강남·부산이 ‘표적’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과열현상을 빚고 있어 시장 상황을 좀 더 모니터링한 뒤 필요할 경우 전매제한 강화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 재건축시장의 열기가 위험 수준이 아니라던 국토부가 대응 의사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도 “투자 수요에 의한 과열 현상이 계속 이어지면 단계적·선별적인 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각 지역의 시장 상황에 대한 맞춤형 처방이 적합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 대응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재건축 투자 열기로 집값이 들썩이는 강남권과 부산에 규제가 집중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이달 현재 3.3㎡당 평균 4000만원을 넘어섰고 개포지구 등은 3.3㎡당 8000만원을 웃도는 등 집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부산지역 아파트값도 한 주 새 0.34% 뛰며 주간 상승률로는 2012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12주 연속 전국 최고 상승률이다. 부산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도 지난달 392대 1로 전국 평균(23대 1)보다 17배나 높았다.
정부가 꺼내 들 규제 카드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거론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서울·수도권과 충청권은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5년, 그 외 지역은 1년간 제한된다.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도 제한된다.
그러나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전매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극약 처방이어서 시장에 미칠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10가지 정도의 규제가 한꺼번에 적용돼 해당 지역 전체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지역의 과열 양상이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 않는 정책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도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일부지역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상승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게 부동산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느냐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일선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정부의 추가 규제가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G공인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 주택시장 말고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시중 유동 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강남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 규제라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 시장 자체가 경착륙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가 불법 분양권 단속에다 고가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보증 규제까지 시행된 상황에서 설익은 대책이 더해지면 자칫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 섞인 시각도 적지 않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시장이 과열되면 이를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중도금대출 제한 등과 같이 이미 강남지역을 노린 규제들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추가 규제를 더하는 것은 전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 실장은 “내년 이후 입주 물량 증가와 미국발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분위기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며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은 전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최후에 꺼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