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주요 쟁점과 과제' 세미나 개최 일관되지 않은 조세 재정 철학 문제 지적 전월세 시장 교란 우려도 김현동 "너무 많은 정책 목표 부여하지 말아야" 재경부·민주당 "다양한 의견 수렴하겠다"
[이데일리 허윤수 기자] “이것저것 뒤죽박죽 섞어놓은 느낌입니다. 정부가 진보와 보수 어느 쪽에서도 비난받고 싶지 않다는 것 같아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2026년 세제개편안의 주요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 이날 행사는 정태호, 오기형, 김남근, 송재봉, 안도걸,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 나라살림연구소, 참여연대, 포용재정포럼에서 공동 주최했다. 오른쪽부터 최진규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과장,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우명동 성신여대 명예교수, 김현동 배재대 교수, 이종석 나라살림연구소 자문위원,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참여연대)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2026년 세제개편안의 주요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이같이 말하며 “부동산 세제는 세금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번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반도체 호조를 넘어 잠재성장률 반등 지원 △서민·중산층·청년 등 민생과 지방 지원 △공정 과세를 위한 조세 개혁 추진 △세제 합리화 및 납세 편의 제고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조세 체계를 지향하는지에 관한 일관된 조세 재정 철학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게 문제”라며 “기본 원칙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기 다른 목적의 개별 세목을 추가하면 서로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 원 포인트 개편’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종부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부동산 세제 개편 폭은 최소한으로 잡았고 그 깊이는 얇다. 여러 정책과 기능을 비체계적으로 뒤섞은 모양새로 그 결과 정책 목적은 모호하고 여러 부작용을 양산하는 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보유세 강화 방향이 담긴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15일간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 매물이 서울 평균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 부동산 플랫폼에 따르면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15일간의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5.1% 증가 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구 등 매물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세금 관련 상담 안내문이 게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김 교수는 정부 개편안에 대해 보유세가 전 구간에 걸쳐 충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도소득세 완화책을 먼저 내놓은 점을 지적했다. 특히 보유세 인상 없는 양도세의 실거주 요건 강화는 시세와 관계없이 집을 사둔 비거주자의 실거주 대거 전환을 유도할 것으로 봤다. 자연스레 임대 물량 감소로 인한 전월세 시장 교란도 우려했다.
그는 “이 부분은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리지만 만약 (전월세 시장 교란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할지가 문제”라며 “중산층이나 서민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주택 수에 따라 세 부담 차이를 낳는 체계는 공평에 어긋나고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며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듯 개편안은 주택분 종부세 세율을 주택가액으로 일원화했는데 오히려 과거보다 주택 수에 따른 세 부담 격차를 벌리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보유 우대를 거주 우대로 바꾸는 데 그치고 있고 장기 실거주 1주택자에게 과도하게 낮은 실효세율 문제는 오히려 그대로 두거나 일부 구간에서는 더 강화했다”도 덧붙였다.
2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2026년 세제개편안의 주요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 이날 행사는 정태호, 오기형, 김남근, 송재봉, 안도걸,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 나라살림연구소, 참여연대, 포용재정포럼에서 공동 주최했다. (사진=참여연대)
그는 “세금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하나의 규정이나 제도에 지나치게 많은 정책 목표를 부여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좋은 세제란 모든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조금씩 반영한 게 아니라 무엇을 우선하고 무엇을 포기할지에 대한 분명한 원칙과 그 선택을 국민에게 설명,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참여한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도 이번 개편안이 증세와 감세가 동시에 진행된 점과 공평 과세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에 동의했다. 전월세 불안 가능성에는 “공급 물량이 소폭 감소하는 것만으로도 임차인 간의 경쟁이 심해지고, 이는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을 잡겠다는 것보다는 시장의 유인 구조를 바꾸고 기대수익률을 줄이는 차원을 고려하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할 거 같다”며 “단순히 세금을 받겠다가 아니라 근원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진규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과장은 “많은 분의 관심이 부동산 세제 등에 집중돼 있는데 정부는 잠재 성장 반등이나 중소기업, 민생 경제, 지방 지원, 세입 확충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오늘 같은 행사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하고 듣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이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위 업무보고에 참석해 특위 위원인 김남근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행사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범여권을 중심으로 마련했다. 정태호, 오기형, 김남근, 송재봉, 안도걸,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 나라살림연구소, 참여연대, 포용재정포럼에서 공동 주최했다.
김남근 의원은 “세제개편안을 통해 설정한 목표를 어떻게 구현하는지를 두고 여러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부동산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고가의 주택이 많아졌다. 구간을 나눠 기본 공제를 넓히는 등 개편했으나 자산 변화를 어떻게 잘 반영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 차원에서도 여러 의견을 듣기 위해 귀를 열고 있다”며 “세법 개정까지 많은 의견을 듣고 반영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