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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형제 옷 벗겨 산에 두고 온 엄마…집행유예 선고

박순엽 기자I 2021.02.24 16:52:05

법원, ‘아동학대 혐의’ 엄마 징역 6월·집유 2년 선고
지난해 6월 두 아들 옷 벗긴 채 야산에 방치한 혐의
재판부 “죄책 무거워…‘훈육 과정’인 점은 참작사유”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해 여름 초등학생 두 아들을 나체로 야산에 내버려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어머니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 박성규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아동복지법상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친구 B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더불어 A씨와 B씨에겐 40시간의 아동 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내려졌다.

법원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해 6월 서울 강서구 개화산 인근에 A씨의 두 아들을 옷을 벗긴 채 두고 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사건 당일 A씨가 B씨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고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는다”고 말하자, B씨는 A씨 집으로 찾아와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의 두 아들은 각각 8세와 9세였다.

이후 A씨와 B씨는 B씨의 차량을 이용해 A씨의 두 아들을 서울 강서구의 한 건물로 데려가 나체로 이동하게 했고, 이후 나체 상태인 형제를 다시 태워 개화산 중턱에 내렸다. A씨와 B씨는 형제에게 나체로 야산을 걸어 내려오게 했는데, 이 과정에서 8세 아이는 엄지발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당시 개화산 주변을 지나던 행인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두 명이 옷을 벗고 발바닥에 피를 흘리며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이들 형제는 구조돼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옮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모해 피해 아동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했고, 범행 내용에 비춰 죄책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초범인 점,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 또 훈육 과정에서 다소 과도한 유형력이 행사된 것으로 범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도 봤다.

앞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말썽을 피워 훈육을 위해 그렇게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과 피고인들 모두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1심 양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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