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화상으로 개최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에 따른 비상대응체제를 주문하고 나서자 통신, 전자, 정유화학 등 핵심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경영계획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잘 버텨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짜야 할 시간”이라고 질책하는 등 구성원들이 위기상황에 적극 대응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악의 상황(worst)까지 고려해 유동성과 손익 측면에서 (경영 계획을) 3가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 출국자가 90% 가까이 줄어 로밍 사업에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자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출동보안 사업을 하는 ADT캡스의 해지 폭이 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박 사장은 특히 지분 투자한 일본 반도체 기업 도시바 메모리홀딩스의 일본 증시 상장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법인의 국내 증시 상장이 1년 정도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이날 SK텔레콤 주총은 처음으로 온라인에서 실시간 생중계됐다. 이통사 최초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주주들이 PC나 모바일을 통해 경영진과 소통할 수 있었다. 박 사장은 “오래 준비한 비대면, 비접촉 솔루션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T전화(SK텔레콤 자체 통화플랫폼)로 100명의 임원과 모바일폰으로 그룹 통화하면서 회의를 해보니 재택근무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
이날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주총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주요 제품의 수요감소가 예상되는 등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모든 구성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사장이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을 언급했던 이날 주총 직후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은 울산컴플렉스(CLX)내 제1 납사분해공정(NCC)과 합성고무(EPDM)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울산 NCC는 오는 12월부터, EPDM 공정은 올 2분기 내 각각 가동 중단한다. SK종합화학이 울산 NCC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건 48년 만에 처음이다. 이 역시 SK이노베이션 비상경영의 일환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도 최근 울산CLX내 원유 정제공장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85%로 하향했다. SK이노베이션의 두 축인 정유와 석유화학사업이 동시에 긴축경영에 돌입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부정적인 경영환경 속에서도 저유황유 수요 증대를 감안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조기 완공과 해상블렌딩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만큼 향후 정제마진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4월부터 국내 최대 규모인 총 13만 배럴 수준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올해는 고객 재고 부담 완화, 서버와 모바일 제품 수요 증대를 중심으로 한 완만한 수요 회복이 전망됐다”며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반적인 수요 및 공급 환경이 영향을 받으면서 시황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의 차세대 제품을 연내 본격 생산하고 판매 확대 △고도화된 품질관리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 출시 △호황기 동안 확보해 놓은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투자를 최적화하고 수익률 제고 등의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진행 중인 이천 M16 공장 건설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도 계획대로 추진 중”이라며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