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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유치원 사태가 끄집어낸 한국당 옛 악몽… ‘현영희’

김미영 기자I 2018.10.23 17:44:35

전국유치원연합회 부회장 출신, 새누리당 19대 비례대표 의원
‘공천헌금’ 파문 중심에…결국 의원직 잃어
다른 ‘유아교육계 출신’ 류지영 의원, 어린이집 CCTV 설치법에 ‘소극’

현영희 전 새누리당 의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공개된 후 파장이 커지면서 사립유치원과 정치권과의 유착 여부에도 의심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유아교육계 출신으로 직접 정치권에 진출, 금배지를 달았던 정치인들의 행적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19대 국회 때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비례대표로 입성했던 현영희 전 의원은 대표적 인물이다. 한국당으로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름일 수도 있다. 19대 총선에서 과반 확보라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던 당을 ‘공천헌금’ 파문의 수렁으로 빠뜨렸던 까닭이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현 전 의원은 1984년 부산에 유치원을 세워 운영하면서 부산유치원연합회 회장과 전국유치원연합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초등·유아 교육 부문의 전문성을 앞세워 정치권에 발을 들인 그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부산시의원 연임에 성공했다. 19대 총선 때엔 부산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했으나, 곧 비례대표 23번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당선 후 4개월여 뒤인 2012년 8월 공천헌금 파문이 터졌다. 그가 친박근혜계 실세 의원들, 부산지역 의원들에게 ‘차명 후원금’을 살포했단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당은 휘청였다. 친박 실세이자 공천위원이었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원을 건넸다는 데로 의혹이 모아지면서, 새누리당은 현기환, 현영희 전 의원을 차례로 제명하는 강수를 뒀다. 현영희 전 의원은 “어떠한 증거도 실체도 없는 제보자의 거짓된 진술만으로 저를 구속한다면 이 얼마나 억울하고 황당한 일인가”라며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국회 체포동의안도 가결됐다. 결국 현기환 전 의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현영희 전 의원은 조기문 당시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 공천청탁 자금 5000만원을 건넨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19대 때엔 한국유아교육인협회 대표를 지낸 류지영 전 의원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활동했다. 현영희, 류지영 전 의원이 동시에 국회의원이 되자 당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석호현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유아교육계 출신이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한 것을 매우 환영하고 반긴다”며 “대한민국 유아 교육의 시작이라 생각하고 그 시작에 있어 두 분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했다.

현 전 의원이 당 제명과 재판으로 운신의 폭이 좁았던 반면, 류 전 의원은 그보다는 활발한 의정활동을 했다. 다만 ‘비리 어린이집’에 대해 폐쇄, 자격정지 등 강력한 처벌조항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가 석연치 않게 자진 철회한 점, 어린이집 교사의 잇단 폭행사건 발생에도 CCTV 설치법에 소극적이었던 점은 새삼 회자되는 대목이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법의 경우, 류 전 의원은 2015년 3월 대정부질문에 나와 “어린이집에 대해서만 개인정보보호법의 CCTV설치 규정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위헌소지가 있다”면서 “교사 및 유아 인권보호 차원에서 인센티브 지급 등 자발적 설치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연합회 등이 지역에서 무시 못할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단 건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 최근 비리 유치원 파문에도 그 영향력이 크게 꺾이진 않겠지만, 업계 종사자들의 정계 진출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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