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HBM 시장 주류는 5세대 HBM3E 제품이다. 다만 ‘큰 손’ 엔비디아가 내년부터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HBM4를 탑재하면서, HBM 시장의 대세 역시 HBM4로 빠르게 바뀔 전망이다. 관람객들은 작은 HBM4 칩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SK하이닉스는 HBM4를 두고 관람객들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했다.
송재혁 사장은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성과를 담은 영상을 시청했다. 그는 영상에서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HBM4를 개발에 성공했다는 내용이 나올 때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현장의 한 업계 인사는 “HBM3E 시장까지 계속 뒤처진 삼성전자가 HBM4 시장에서는 판을 뒤집겠다는 의지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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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HBM4 경쟁 더 치열해질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날 국내에서는 처음 실물 HBM4를 공개하면서, 내년 본격 경쟁의 서막을 알렸다. 루빈에는 HBM4 8개가 탑재될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로부터 HBM4 샘플을 받은 상태다.
가장 주목 받는 회사는 SK하이닉스다. 5세대 HBM3E에 이어 6세대 HBM4까지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복안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 HBM4 샘플을 전시했는데, 당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말해 주목 받았다. 업계에서는 무리없이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4를 공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HBM4 샘플을 보냈고, 양산 준비를 마치고 막판 물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HBM4의 성능과 속도는 충족한 상태로 양산성까지 확보했다”며 “계획대로 차질없이 (엔비디아에 대한 공급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삼성전자가 절치부심 하고 있다는 점이다. HBM3E에 이어 HBM4마저 SK하이닉스에 뒤처지면 판을 뒤집을 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역력하다.
현재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향 HBM3E 12단 공급을 가시화하고 있다. 사실상 엔비디아향 인증을 완료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삼성전자는 더 나아가 경쟁사들보다 한 세대 앞선 6세대 D램인 1c 공정을 적용한 HBM4를 내놓으며 HBM4 승부수를 던졌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4 역시 엔비디아 공급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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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시장 확대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들면서 기술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송재혁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모든 혁신은 협업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다양한 의견과 이견이 만나는 상황을 매번 맞이하면서 혁신이 일어났다”며 “반도체 기술에서 융합, 콜래보레이션을 통한 혁신이 반도체의 미래를 효과적으로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계를 뛰어넘는 반도체 기술 혁신을 위해 소재·설비부터 패키징까지, 산·학·연과 폭넓은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기존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다양한 영역과 반도체가 만나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이 반도체 기술 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며 “메모리에서도 D램, 낸드플래시, 로직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이 모든 분야를 제대로 하기에 주어진 시간도 부족하고 투입할 시간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송 사장은 아울러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 확산과 첨단 반도체 수요 증가로 올해 반도체 수출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K반도체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며 “AI, 양자컴퓨팅 등 기술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반도체는 국가 전략자산이다. 지금이 투자, 인재, 인프라의 골든타임인 만큼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