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성장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성장이 돼야 일자리가 생기지요. 그래야 복지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원로인 ‘따거(大哥·큰 형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윤경제연구소장)은 23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 송년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윤 전 장관의 특별강연은 예정을 훨씬 넘긴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그의 시선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넘어 우리의 정신문화까지 넘나들었고, 그의 논리는 시종일관 명쾌했다.
◇“기업 뛰게 하려면 규제 깨야”
윤 전 장관이 가장 강조한 건 ‘규제 혁파’다. 성장의 첨병인 기업을 뛰게 하려면 낡은 규제부터 깨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의료 분야를 산업화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새로운 성장동력도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대착오적인 의료 규제가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폐가 나쁘니 이식해서 살리려고 하는데 현행법에 따라 생체 이식에 폐는 빠져 있어서 못했다고 한다. 또 팔을 다쳐서 이식해야 하는데 그것도 법적으로 대상이 아니다”면서 “이런 법이 세상에 어디있느냐”고 말했다.
“강원도의 산악이 스위스보다 더 높지만 케이블카를 놓지 못합니다. 제주도 한라산에도 케이블카를 못 놓아 무릎이 좋지 않으면 백록담을 가지 못해요. 케이블카를 놓으려면 13개법을 고쳐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나라가 어디있습니까.”
그는 “규제 혁파 없이는 기업이 투자하려고 해도 안 한다”면서 “성장하려면 기업이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윤 전 장관은 그 연장선상에서 구조개혁도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일자리가 710만개 없어진다고 한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협이 될 수도 있다”며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 손에 꼽은 게 노동개혁이다. 그는 “자본과 노동력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되면 노동유연성이 가장 중요해진다”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이외에 △교육 시스템 개선 △기초과학기술 강화 △법적 제도적 인프라 개선 등도 거론했다.
◇“부가세, 이제는 손 댈 때 됐다”
윤 전 장관은 복지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현재 정부를 높게 평가한다”고도 했다. 윤 전 장관은 그러면서도 “문제는 재원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야 한다”며 다소 민감한 조세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을 늘릴 수밖에 없다”면서 “소득세 법인세 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을 놓고 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특히 부가가치세를 (더 인상하는 쪽으로) 손댈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부가가치세는 지난 1977년 전격 도입된 뒤 40년째 세율이 10%다.
윤 전 장관은 또 법인세의 경우 “국제적인 정합 관계 때문에 인상을 참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면서 “각종 비과세 감면을 철폐해 실효세율을 올리는 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득세도 언급하며 “국민개세주의(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절반에 가까운 면세자 비율을 대폭 줄이고,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그러면서 “경제에 공짜 점심은 없다”면서 “자원 하나 없는 나라에서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이런 자세로 정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은 윤 전 장관의 특별강연 직후 인사말씀을 통해 “대한민국의 리더들은 각자 다 생각이 다른 것 같다”면서 “그 리더들이 한 곳에 모여 다른 생각을 공유하면 나라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