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군부대 폭발사고, 감점 두려워 몰래 버린 폭음탄 탓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울산 예비군 훈련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해당 부대가 부주의하게 버린 폭약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 당국은 이번 폭발은 장병들이 들고 있던 삽과 바닥에 흩어진 화약의 마찰로 발화한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부상자는 당초 중환자 1명을 포함한 6명에서 총 10명으로 늘었다.

군 당국은 14일 이같은 내용의 울산 예비군 훈련장 폭발사고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3일 오전 11시55분 경 울산에 위치한 육군 53사단 127연대에서 발생했다. 예비군 훈련장인 이 곳에서 30여명의 장병들은 시가지 전투장 모형 보수 작업을 마치고 식사 장소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장병 1명은 3도 화상에 한 쪽 발가락 3개를 절단하는 부상을 입었다. 5명의 장병은 1~2도 화상을 입어 국군부산병원에 입원 중이며 4명은 폭발에 따른 고막 파열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군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해당 부대는 지난 여름까지 소진해야 할 훈련용 폭음통을 다 사용하지 못하자 폭음통을 해체한 뒤 내장됐던 화약을 사고 현장에 버렸다. 폭음통은 폭발 등의 효과음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교보재의 일종이다.

폭음통 1개의 화약 용량은 3g 정도로 폭발력이 약하지만 10개 정도의 용량이면 발목을 절단할 정도의 위력을 갖는다. 해당 부대가 1500~1600개의 폭음통을 해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고 현장에 버린 화약이 최대 4.9Kg에 달한다. 이를 부주의하게 훈련장에 버렸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보통 예비군 훈련 부대는 참가 인원이 예정보다 적거나 훈련 상황이 여의치 않아 사용하지 많은 폭음통이 생긴다는게 군 당국 설명이다. 규정대로라면 이를 이월시켜 예산을 절감해야 하지만 교보재 미사용은 부대 평가시 감점 요인이 돼 이를 해체한 뒤 사용한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상급 부대 지적을 피하기 위해 해당 부대 대대장은 폭음통 해체를 지시하고 서류상으로는 이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허위 보고토록 했다. 폭음통 해체는 탄약반장인 부사관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폭음통은 저성능 화약이 들어 있지만 한꺼번에 폭발하면 위력이 커진다”면서 “폭음통 외의 연습용 수류탄 등 다른 교보재의 추가 해체 여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북구 신현동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장병들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를 당한 장병들을 실은 119구급차가 부대를 나와 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