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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22일 유엔서 국제무대 데뷔전
스가 총리는 오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75차 유엔총회에서 화상 연설에 나서며 첫 정상외교를 시작한다. 스가 총리의 첫 유엔 연설은 한국 시간으로 26일 공개된다. 스가 총리는 지난 19일 10분가량의 비디오 영상을 사전 녹화했다.
스가 총리가 유엔본부로 사전에 보낸 연설 내용을 보면 아베 전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전했다. 미·일동맹을 강조해 온 아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스가 총리는 유엔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다자협력 구상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인도·태평양 다자협력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호주, 인도 등 주변국을 연합체로 묶으려는 구상이다. 또 연설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치우쳐있다는 비난해온 세계보건기구(WHO)를 개혁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도 의제로 제기할 예정이다. 아베 전 총리가 퇴임하는 자리에서까지 “해결하지 못해 통탄스럽다”며 강조해 온 문제를 스가 총리가 이어받아 국제사회의 협력을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전 녹화한 연설에서 스가 총리는 한일관계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스가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전화회담을 갖고 “함께 동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스가 총리는 전화통화 뒤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24시간 언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 이어 스가 총리는 조만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도 직접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하거나 공식 대면할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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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일부 현지 언론에선 스가 총리가 외교 분야에서만큼은 아베 전 총리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일동맹에 치우친 나머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등한시한 아베 전 총리의 외교 노선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사설에서 미·일동맹을 강조한 아베 정권이 중국과 한국 등 이웃 나라와의 외교에는 과제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스가 총리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것은 외교안보 정책”이라며 “얼어붙은 한일관계가 경제와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닛케이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언급하고 이는 동아시아 안보의 핵심인 한·미·일 체제를 구축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문제의 견해 차이가 크지만 상호 불신부터 없애야 한다”며 “동아시아의 안전과 평화를 구상하는 외교 비전을 이른 시일 내에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규슈 지역 최대 매체인 서일본신문도 사설에서 “스가 총리는 외교에서도 아베 전 총리 노선 계승을 내세우지만 주변국 외교는 그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한국과 일본의 정상 간 대화가 끊긴 상황을 지적하면서 “역사문제에서 아베 총리의 언동에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은 사실”이라며 스가 총리가 강조한 납북 일본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