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 구조와 제작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출범한 방송미래발전위원회가 29일 정책 제안 발표·토론회가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방송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이자 4기 방통위 상임위원인 고삼석 위원이 참석했다. 방송미래발전위원회 위원들 외 시민단체와 방송사에서 토론 패널로 나왔다.
|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주요 정책적 제안 중 토론 패널들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이사회 내 독립적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부분이었다. 청와대와 국회 여당의 입김, 이른바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이사진을 추천하거나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통령 소속 정당과 그 밖의 정당에서 이사 추천권을 분할해 행사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정당이 더 많은 이사진 추천권을 가지는 게 관행이다. 이런 이유로 공영방송 이사회는 정파성이 강하고 청와대 등 집권 여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방송미래발전위원회 제1분과(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는 이사회 정원의 3분의 1 이상을 중립지대 이사진으로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여권 추천 인사와 야권 추천 인사가 대립하는 구도 사이에 캐스팅 보드를 쥔 중립 인사들을 배치하자는 뜻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의사결정이 되는 관행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 안에 따르면 중립지대 이사란 정당별 추천이 아닌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사로 구성된다. 이사회 정원이 9명이라면 중립지대 인사는 3명 이상, 11명이면 4명이상이 된다.
방송미래발전위원회는 중립지대 이사의 추천을 국회가 행사하자고 제안했다. 국회는 학술·직능·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로부터 정원 이상의 후보 추천을 받는다. 이때 추천된 중립지대 이사의 최종 임명 과정에서 거부권 행사를 도입했다. 방통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중립지대 이사를 확정해 임명한다.
현행 공영방송 이사회 정원은 KBS의 경우 11명, MBC의 주주사인 방송문화진흥회는 9명이다. 방송미래발전위원회는 13명으로 증원하자고 더불어 제안했다. 다만 EBS는 교육 전문 공영방송이라는 점을 고려해 현행 9명으로 유지한다는 안이다.
◇“중립지대가 생겨도 정치적 입김 여전”
공영방송 이사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토론 패널들도 모두 동의했다. 그러나 중립지대가 이사회의 독립성을 담보할 만큼 제 기능을 발휘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김대식 KBS 대외협력실 박사는 “방통위와 국회 역시 정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며 “견제하거나 거부하는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나눠먹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립지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다.
김 박사는 되려 정당의 이사진 추천 폭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주지했다. 2014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공영방송 이사진 중 정치적 인사의 수를 3분의 1을 줄이라고 했던 판결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정치적 영역을 3분의 2나 되도록 하는 안은 너무 보수적이고 너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정당이 추천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정당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제한해야한다”고 말했다. 학술 단체나 시민단체에 공영방송 이사진을 직접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공영방송은 다양한 사회적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중립지대도 여러 분야에서 참여할 수 있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유정 MBC 편성국 전문위원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은 익명 추천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입김과 정치적 지형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전문성에 대한 요건으로 봤을 때 (학술·직능 단체의 이사 추천을) 중립지대에만 국한시켜야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치적 후견주의 배제를 모토로 하면서 국회의 직간접적인 추천권을 부여하는 게 타당한가”라며 “해결책은 정부·여당, 추천권이 가는 위법적 관행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이 참여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이사들을 뽑아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