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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 부회장이 이번 수주의 막후에서 직접 뛴 배경은 인공지능(AI)·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바이오와 함께 5G 통신장비 사업이 삼성의 미래와 다름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읽힌다. 2019년 1월 5G 생산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서 “새로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같은 해 6월 IM 부문 간담회에서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 등의 발언에서도 평소 그의 소신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실 주요 기간망으로서 사회 인프라 성격을 띠고 있는 통신장비 사업 계약은 일개 전문경영인이 마무리 짓기는 어렵다. 규모 자체가 워낙 큰 데다, 장기 계약이 대부분인 만큼 오너가 직접 뛰지 않으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특히 이 부회장에겐 특유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근성이 있다. 2020년 버라이즌과의 7조9000원 규모 5G 장기계약, 2021년 NTT 도코모와의 통신장비 계약 당시에도 이 부회장은 직접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담판을 벌여 협상을 진척시킨 바 있다. 2018년 12월·2019년 3월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자녀들 결혼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인도를 방문, 친분을 쌓은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후 릴라이언스 지오는 현재 전국 LTE 네트워크에 100% 삼성 기지국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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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주를 계기로 오너만의 장기적 안목, 즉 이 부회장의 선견지명도 업계 안팎에서 회자된다. 삼성전자가 5G 시대를 선도할 역량을 빠르게 키울 수 있도록 △전담조직 구성 △연구개발 △영업·마케팅까지 전 영역을 진두지휘하며 직접 챙긴 점, 4G 서비스가 막 시작된 2011년부터 5G 기술연구를 전담할 ‘차세대 통신 연구개발 조직’ 신설을 지시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5G 이후 차세대 통신분야에 선제적 대비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 10년 뒤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6G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 7월엔 ‘6G 백서’를 통해 차세대 6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오는 13일 처음으로 개최되는 삼성 6G 포럼은 그간의 삼성전자의 성과와 향후 방향을 내다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인재 제일’이란 핵심 가치 아래 올해 고려대와 6G를 포함해 차세대 통신 기술을 다루는 ‘차세대통신학과’를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로 신설하는 등 인력양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작년 8월 코로나 이후 미래 준비를 위한 240조원 투자계획 등에서 볼 수 있듯, 이 부회장은 첨단 통신장비 중장기 투자를 챙기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사업은 ‘반도체 신화’에 필적하는 이재용 시대의 ‘플래그십 사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새 정부에서라도 가석방 신분으로 손발이 묶인 이 부회장의 사면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