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코로나19에 양대 면세점株 '휘청'

박태진 기자I 2020.04.13 18:46:39

연초대비 신세계 호텔신라 20~22%↓
2Q 실적 둔화도 우려…영업이익 역성장 전망
외국인 격리조치 치명적…전세계적 진정세 나타나야 반등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끊기고 해외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도 인적이 뜸해졌다. 사진은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1터미널 면세구역.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국내 대표 면세점주(株)인 호텔신라와 신세계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및 장기화 여파로 지난 1분기 실적 감소는 물론 2분기 실적 불확실성도 커진 상태다. 주요 업체들은 10년짜리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게다가 주가도 폭락장이던 지난달 19일 이후 반등했지만 추세적인 반등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 코로나 장기화에 주가 주춤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신세계(004170)는 전 거래일 대비 3.53% 하락한 23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호텔신라(008770)도 전일 대비 3.07% 하락한 7만26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신세계는 지난 1월 2일 종가 대비 20.51% 하락했고, 호텔신라도 연초 대비 22.77% 빠졌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실적 개선에 대한 의문점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료=마켓포인트
증권가에서는 2분기 실적도 부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 여파가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실적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부터 모든 입국자에 대한 2주 강제 격리가 시작되면서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의 출입국에 어려움이 생겨 면세점 부문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 소비심리 개선과 함께 면세점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신세계 등 2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은 신세계의 올 1분기 면세점부문 매출액은 63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하고, 영업손실로 219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텔신라도 녹록지 않다. 1분기 면세와 호텔 모두 적자전환이 예상되며, 2분기 적자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산업은 1분기보다 2분기 업황 더 악화될 것”이라며 “중국의 입국금지에 따른 항공편 중단과 한국의 입국자 자가격리 방침으로 중국 리셀러(따이공 등)들의 활동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20% 감면 방침을 발표하긴 했으나, 호텔신라의 경우 매출 감소폭은 95%에 달해 이로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적 회복은 3분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 3분기 돼야 이익 개선 가능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38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4%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600억원으로 45.23%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4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분기 영업이익은 1182억원으로 23.30%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호텔신라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16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2% 줄어들고, 영업이익도 190억원으로 전년 대비 76.7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영업이익은 357억원으로 전년 대비 54.88% 감소하는 반면 3분기에는 713억원을 기록해 24.30%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면세점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자 신용기관들의 등급평가도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9일 호텔신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신평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호텔 및 면세시장 수요가 급격히 저하됐다”며 “또 올해 영업실적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코로나19 종결 이후 영업실적 회복 속도와 폭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영업부진에 따른 차입부담 확대가 예상되며, 향후 투자 규모와 시기 조절 등을 통한 재무안정성 유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정돼야 면세점주의 주가 및 실적 모멘텀이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인을 포함해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면 2주간 자가격리되고 이후 제품 구매 후 나가야 하고 출국해서도 격리되는 실정”이라며 “면세 사업은 회전율이 중요한데 면세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외국인 자가격리 조치가 치명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유통 채널들은 이달 들어 감소세가 축소되는 분위기인 반면 면세사업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보니 비상장업체인 호텔롯데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을 포기한 것”이라며 “외국인 자가격리 조치가 해결돼야 주가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며, 한국과 중국만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톤다운 돼야 실적 개선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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