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도 문재인 정부의 양도소득세 강화 방침과 맞물려 증권거래세 인하 및 폐지 방향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하지만 세수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난감하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29일 국회 기재위 종합국감에서 “(증권거래세 인하는) 이론적으로 검토가 가능한 사안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 거래활성화 위해 폐지 vs 단타매매 억제 효과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31일 국회 토론회에서 “거래비라는 것은 투기성 거래를 억제하면서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시장이 축소될 우려가 있으니 거래비를 오히려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증권거래세는 주식 장내매도시 매도금액의 0.3%가 부과된다. 장외거래는 0.5%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 역시 “대주주 양도소득세 강화 방침과 맞물려 이중과세 우려가 있는 만큼 증권거래세는 인하와 폐지로 가닥을 잡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입장이 다르다. 현재 주식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는 투자자는 전체 개인투자자의 1%에도 미치지 못해 이중과세 주장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는 상장주식 보유시가총액 15억원이상에 한해 양도차익에 20%를 매기고 있다. 차익이 3억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한해 25%를 부과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거래세를 걷는 국가는 17개국이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든 투자자에게 매기고 있다”며 “양도차익 과세대상을 2021년 3억원이상으로 확대하더라도 전체 개인투자자의 2%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즉 98%가량의 개인투자자는 주식으로 얻은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으며, 주식 매도시 0.3%의 거래세만 낸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나아가 국내 증시가 장기투자보다 단타매매가 성행하는데 대해서도 거래세가 일정부분 이를 완화해준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개방도가 높은 측면이 있어 변동성이 크지만 단타매매 비중도 이례적으로 높다”며 “0.3%의 거래세는 단타매매를 억제하는 일정부분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황 박사는 “양도소득세 대주주 범위가 2021년 3억원까지 축소돼 상당히 많은 투자자가 대주주로 될 상황”이라며 “증권거래세는 단기적으로 인하, 장기적으로 없애는 것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보다 근본적인 방안 고민할 때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더라도 거래세 인하나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궁극적으로 모든 투자자의 양도차익에 과세를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원칙하에서다. 하지만 이를 급진적으로 추진할 경우 자본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유 시가총액 15억원이상 대주주만 양도차익에 과세하지만, 2021년 4월부터는 보유 시가총액 3억원이상일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세율 역시 현행 20%에서 30%로 높아진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으로 걷힌 세수는 2조3000억원 규모로 증권거래세 4조5000억원(농어촌특별세 제외)보다 적었다. 과세 대상자 역시 개인투자자 500만명중 1만명(0.2%)에 그쳤다.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3억원이상으로 확대하더라도 과세 대상자는 2%(10만명)수준으로 극소수에 그칠 것이란 판단이다.
문제는 있다. 현재 부동산으로 쏠린 가계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오고, 큰손들의 투자를 유인하려면 일정부분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식 양도소득세 강화는 이같은 큰손 개인투자자 진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현행 증권거래세는 손실을 보더라도 무조건 부과돼 개인투자자의 반발을 사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증시로 끌어오겠다면서 큰 손 개인투자자 등에 대해서 과세를 강화한다면, 증권거래세를 낮춰 자금을 끌어들이는 게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기재부는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위든 금투업계든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대증요법인 세금을 들고 나온다”며 “거래세에 비해 세금부담이 과중한 양도세를 확대하는 게 금투업계나 주식시장에 유리한 게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하락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역할 강화나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금융당국이 고민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