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예종을 향한 지자체들의 구애는 선거철마다 되풀이됐다. 올해 6·3 지방선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주에서는 아예 법으로 이전을 추진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지난 4월 정준호·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이 한예종을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다. 추미애 당시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는 한예종을 경기권으로 유치해 예술·기술·교육이 결합한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고, 조상호 세종시장 후보 역시 한예종의 세종 이전을 내걸었다.
과거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서울 송파·종로·노원·서초구를 비롯해 경기 고양·과천·하남·파주시, 인천 등 수도권 곳곳이 유치 후보지로 거론됐다. 선거 때마다 새로운 후보지가 등장했고, 각 지역 정치인들은 한예종 유치를 지역 발전의 청사진으로 내세웠다. 지역은 달라도 명분은 비슷했다. 한예종을 유치해 문화예술 인프라를 확충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2022년에는 고양시가 구체적인 지원책까지 들고나왔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일산동구 장항동 공공주택 사업부지 약 11만7000㎡를 한예종 부지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서를 전달했다. 행복주택 1000가구를 기숙사로 활용하고 킨텍스 등 주변 시설과 연계한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단순한 유치 희망을 넘어 부지와 학생 주거 대책까지 제시한 것이다.
각 지역이 한예종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음악·연극·영상·무용·미술·전통예술 등 6개 분야에서 예술 인재를 양성하는 한예종은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교육기관이다. 학생과 교수진의 유입은 물론 공연·전시 등 다양한 문화활동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놓치기 아까운 유치 대상인 셈이다.
그렇다면 한예종은 왜 17년째 이전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사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 캠퍼스에 자리한 조선왕릉 의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다. 당시 정부는 의릉의 원형 복원을 위해 한예종 시설을 2012년까지 철거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막대한 이전 비용과 캠퍼스 통합 문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17년째 이전 부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측은 교육 효율성과 예술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해 서울 내 이전을 선호해왔다. 올해 광주 이전 법안이 발의됐을 때도 학교 측과 총학생회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전 논의가 길어지는 사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는 이전 문제가 17년째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올해 6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이전 로드맵도 나오지 않은 가운데,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보존상태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은 오는 12월 1일이다.
17년 동안 전국 곳곳에서 쏟아진 러브콜에도 한예종의 행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선거가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지역이 손을 내밀고, 선거가 끝나면 유치 열기도 식어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이제는 정치권의 끝없는 구애를 뒤로하고, 17년째 이어진 한예종의 ‘이사 고민’을 해결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






![[단독] '내란 수감자' 접견 2년간 5천회 넘어…윤석열 등 3명이 40%](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10/PS26101400609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