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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롤라' 역 맡은 아빠 자랑하는 것 보며 뭉클했죠"

장병호 기자I 2022.10.26 20:30:00

뮤지컬 '킹키부츠' 마친 배우 강홍석
'여장남자' 롤라 역으로 유쾌한 매력 발산
'하데스타운' '데스노트'로 공연계 회복 견인
"대중성·예술성 갖춘 작품 캐릭터 연기하고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 공연에서는 웃음 소리가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마음껏 즐겨주셔서 저도 마음 놓고 즐겁게 연기했어요”

2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컬배우 강홍석(36)은 지난 23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폐막한 뮤지컬 ‘킹키부츠’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뮤지컬배우 강홍석.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킹키부츠’는 2011년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로 데뷔한 강홍석의 대표작이다. 강홍석은 2014년 국내 초연에서 작품의 트레이드마크인 ‘여장남자’ 롤라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18년 세 번째 시즌 공연만 제외하고 이번 다섯 번째 시즌 공연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롤라 역으로 관객과 만났다.

올해 ‘킹키부츠’는 코로나19 방역 지침 완화로 공연장 내 함성이 허용되면서 유료 객석 점유율 94%의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강홍석은 “‘킹키부츠’는 축제 같은 공연인데 2020년 공연 때는 관객들의 박수소리만 들어야 해서 아쉬움이 많았다”며 “이번엔 관객들이 먼저 그동안의 아쉬움을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줘 오히려 배우인 제가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킹키부츠’는 팝 가수 신디 로퍼와 연출가 제리 미첼이 만든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이다.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가운데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높이 80㎝ 길이의 ‘킹키부츠’를 제작해 살아남은 구두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그렸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 역을 맡은 배우 강홍석의 공연 장면. (사진=CJ ENM)
롤라는 편견과 억압에 당당히 맞서면서도 아름다움과 유쾌함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라는 ‘킹키부츠’의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강홍석은 2014년 초연을 앞두고 직접 여장을 하고 오디션장을 찾는 남다른 노력으로 롤라 역을 꿰찼다. 그는 “이제는 관객도 ‘킹키부츠’의 메시지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돼 책임감도 어느 정도 내려놓게 됐다”고 평했다.

“초연 때만 해도 제가 힐을 신고 무대에 등장하면 관객들이 박수쳐야 할지 웃어야 할지 당황했어요. 그런데 올해 공연에선 젊은 관객은 물론 어르신들도 롤라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환호해주시더라고요. 그만큼 세상이 많이 변했고, ‘킹키부츠’ 또한 오래 사랑받을 작품이 됐다고 생각해요.”

2022년은 강홍석에게 특별한 한 해였다. ‘킹키부츠’ 바로 직전에 출연한 뮤지컬 ‘데스노트’는 ‘전 회차 전석 매진’의 기염을 토하며 코로나19로 침체였던 공연계에 큰 활기를 불어넣었다. 올해 초 폐막한 토니상 수상 뮤지컬 ‘하데스타운’ 또한 ‘배우들과 함께 뜨겁게 눈물 흘리고 뜨겁게 웃은’ 소중한 기억이 됐다. 올해 연말까지 ‘킹키부츠’ 지방 공연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이어간다.

내년엔 무대에서 잠시 내려와 드라마로 안방극장을 찾을 계획이다. 강홍석은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에도 출연해야 하고, 외국 배우와도 연기해야 하고, 악역도 해봐야 한다”며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다른 배우들처럼 대중성과 예술성을 다 잡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꿈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무대를 완전히 떠날 생각은 없다. 강홍석은 “저는 뮤지컬배우이고, 뮤지컬은 평생 할 것”이라며 웃었다. “제 딸이 ‘킹키부츠’의 롤라, ‘데스노트’의 류크 사진을 보면서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야, 멋있지?’라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너무 뭉클했어요. 언젠가는 딸에게도 ‘킹키부츠’를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뮤지컬배우 강홍석.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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