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경제 역풍 맞고 있다”…추경·통화완화·규제개혁 권고

최훈길 기자I 2019.03.12 18:19:05

방한 결과 브리핑, 투자·고용·양극화 우려
2017년 “경제 회복”→ 2019년 “하방 리스크”
“‘9조 추경’ 강력 권고, 편성 빠를수록 좋다”
홍남기 “아직 미검토”, 전문가 “또 추경 우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Tarhan Feyzioglu) IMF 미션단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통화기구(IMF) 연례협의 주요 결과에 대하여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방한한 IMF 미션단은 지난달 27일부터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일자리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소기업중앙회, 금융연구원 등과 연례협의를 했다.[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최훈길 김정현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음을 울린 것은 한국경제 상황이 안팎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떨어지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금리인하 검토, 규제완화를 주문했다.

◇“대규모 추경-완화적 통화정책 필요”

IMF는 12일 IMF-한국 연례협의 결과 발표문을 통해 “한국 경제성장이 중단기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어 정책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작년 10월 IMF는 한국경제 성장률이 3.1%(2017년)에서 올해 2.6%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이번에 성장률 수정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리스크가 하방을 향하고 있다”며 둔화 추세를 재확인했다.

IMF는 투자, 고용, 소득재분배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진단했다. IMF는 “한국의 성장이 투자 및 세계교역 감소로 둔화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고 고용 창출은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극화와 불평등이 우려된다”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상당한 생산성 격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특히 IMF는 “소득 대비 부채 수준이 높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잠재성장률은 감소해 왔고, 부정적인 인구 변화와 생산성 증가 둔화가 향후 전망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는 1500조원을 넘은 상태다. 지난달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작년 말 가계신용 잔액이 1534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IMF는 3가지 정책 제언을 했다. 우선 IMF는 “강력히 권고하는 사항 중의 하나는 대규모 추경이 필요한 때”라며 9조원 가량의 추경 편성을 권고했다. 정부는 2015년 11조6000억원, 2016년 10조원, 2017년 11조2000억원, 2018년 3조9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번에 추경이 추진되면 5년 연속 편성이다.

둘째로 IMF는 “명확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IMF는 “의사결정은 한은이 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금리인하가 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정도의 심각한 자본유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추경을 통한 재정 확장과 금리인하 검토를 세트로 주문한 셈이다.

셋째로 IMF는 규제완화를 주문했다. IMF는 “정부는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를 포함한 구조개혁을 꾸준히 이행해야 한다”며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존 사업자에 대한 보호를 완화해 상품시장 규제의 경직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 쓴소리 “IMF, 현실 모르는 판단”

이 같은 IMF 주문은 과거와 비슷한 기조다. IMF는 2017년 연례협의 결과 발표에서도 △확장적 재정정책 △완화적 통화정책 △적극적인 구조개혁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을 권고했다. 당시 IMF는 “규제를 추가적으로 완화할 경우 10년간 연간 잠재성장률을 0.3%포인트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해 발표가 과거와 다른 점은 시급성이다. IMF는 2017년 당시 발표에서는 한국경제를 “회복세”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올해는 경제상황을 “하방 리스크”, “역풍 직면”이라고 적시했다. 이 때문에 넥메틴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미션단장은 “대규모 추경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장 추경이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추경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검토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 완화는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이제야 본격적인 첫발을 뗀 수준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예산을 전년보다 10% 가량 늘려 470조원 규모에 달하는데, 추경까지 편성하는 건은 한국의 현실을 잘 모르는 판단”이라며 “통화정책을 더 완화하면 가계대출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내릴 필요까지는 없지만 확장적으로 유지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추경을 하기보다는 세금을 줄여서 확장적 기조로 가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2015~2018년 4년 연속으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편성됐다. 이명박 정부 2년 차였던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일자리 및 취약층 지원을 위한 추경이 편성됐다.[출처=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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