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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일제강이 보물선 테마주로 편입된 시기는 최용석·류상미씨가 기존 최대주주로부터 451만여주를 185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지난달 5일. 류상미씨가 일명 ‘보물선’으로 불린 돈스코이호 발굴을 추진 중인 신일그룹의 대표이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후 제일제강 주가는 신일그룹을 둘러싼 소문에 따라 시시각각 급등락을 반복했다.
최대주주 양수도 계약을 맺은 전후인 지난달 3~6일 회사 주가는 32%나 뛰었다. 9일엔 6%대 낙폭을 보이며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10~13일 랠리를 재가동하며 74% 급등했다. 다음 거래일인 16일에는 또 19% 급락했다. 4거래일간 오르고 이튿날 내리는 패턴이 두 차례 반복된 것이다.
마냥 오르지만은 않는 주가 흐름에 개인투자자들은 조바심이 났다. 마침내 16일 신일그룹이 홈페이지를 통해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자, 다음날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이때 외국인과 기관은 제일제강 주식을 각각 7600만원, 400만원어치 팔았지만 개인은 2억400만원어치를 또 사들였다.
보물선 발견이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후 제일주강 주가는 미끄러졌다. 일단 보물선과의 사업적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은 데다, 신일그룹의 허황된 주장이 의심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제일제강은 지난달 18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416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2120원으로 반토막 났다. 그럼에도 개인투자가들은 19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보물선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상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26일 열린 신일그룹 기자회견에서는 최용석씨가 새로운 대표라며 나섰지만 쏟아지는 질문을 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하면서 의혹을 키웠다. 그 사이 류상미씨는 제일제강 인수를 위한 중도금 납입 기한이 다가왔음에도 약 8억8000만원 중 2억원밖에 지급하지 못했다. 신일그룹 관계자들이 제일제강 주가 조작과 가상화폐라고 지칭한 전자화폐 다단계 판매에 연루됐다는 정황들이 불거지기도 했다.
보물선 사태가 확산되자 정부가 나섰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신일그룹 주요 관계자들을 출국금지 조치한 데 이어, 이달 7일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금융당국도 제일제강 주가 조작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여기에 9일 최용석씨와 류상미씨가 경찰에 출석하면서 사실상 보물선 논란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같은기간 외국인 역시 3억2200만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이 기간 동안 개인의 평균 매수가격은 2707원으로 외국인(2236원)보다 높다. 아직도 제일제강에 물린 투자가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기관은 7억9200만원을 순매도한 상태다. 신이 난 것은 공매도 세력이다. 7월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주가가 13% 가량 빠지는 동안 총 13만건 가까운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다.
아직까지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 여전히 최용석·류상미씨는 제일제강의 최대주주 양수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계약이 유지될 경우 얼마든지 다른 테마나 소문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나는 피해를 안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투자했다가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