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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폐지 정했지만, 피해자 구제 난제…민생 형벌은 과태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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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비 기자I 2025.09.30 19:01:30

당정, 형법상 배임죄 폐지 방향 확정
중요범죄 처벌 공백 우려에 연내 대체입법
"민사로 책임 묻기 어려워 단계적 폐지해야" 지적도
야당, 강력 반발…향후 진통 예고
최저임금 양벌규정 등 110개 경제형벌 합리화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김미영 기자] 정부여당의 형법상 배임죄 폐지 방침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배임죄가 남용돼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과도한 경제형벌의 대표사례로 배임죄를 지목한 지 두 달 만에 나왔다. ‘모호성은 크고 예측가능성은 낮아 기업의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손질을 요구해온 재계의 주장이 마침내 받아들여진 모양새다.

다만 법조계에서도 폐지를 둘러싼 이견이 있는데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선 “대장동 등 배임죄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을 위한 이재명 구하기 법”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향후 갈등도 예상된다.

여기에 경영진의 책임 경영 약화를 막고 피해자 구제 장치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대체입법 마련도 난제로 떠올랐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추상적이고 예측가능성 낮아 폐지” vs “이재명 구하기 법”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30일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하고 배임죄 폐지 및 대체입법 마련 방침을 밝혔다.

현재 배임죄는 형법, 상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 여러 법률에 규정돼 있다. 이 가운데서도 형법상 배임죄는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회삿돈을 유용하는 등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얻거나 손해를 가한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중범죄다.

정부여당은 배임죄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기업의 경영판단까지 배임으로 문제 삼는 사례가 잦아, 투자나 의사결정의 자율성과 예측가능성을 해친다는 지적에 따라 배임죄 폐지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형벌합리화태스크포스(TF)에서 배임죄 1심 선고 판례 약 3300건을 분석해보니 배임죄의 가장 큰 문제는 구성 요건이 굉장히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기업들은 어떤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적정금액이 얼마인지 망설이게 된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형법상 배임죄는 폐지하되, 중요범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체입법을 연내에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배임죄 폐지로 책임 경영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이해관계자에게 혜택을 주는 행위 등 민사로 책임을 묻기 어렵고, 피해자가 손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며 “특정한 조건과 환경에서 배임죄 완화는 필요하지만 폐지는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이 대장동·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배임죄 혐의로 기소된 상태여서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대장동 등 배임죄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에 대해 면소 판결을 받게 해주기 위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국회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TF 당정 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재부)
최저임금법 ‘면책규정’ 신설…자동차 튜닝, 처벌 완화

정부는 배임죄를 포함해 신속하게 정비가 가능한 110개 경제형벌 조항도 손질하기로 했다.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민생과 직결된 경미한 위반은 과태료로 전환해 불필요한 전과자 양산을 막겠단 구상이다. 형법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도 우선 시정명령·원상복구명령 등 행정제재로 과잉처벌 관행을 개선한다. 아울러 면책 규정을 마련하고, 형사처벌 대신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또는 과징금 부과, 과태료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동차 관리법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자동차 소유자가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트럭 등을 튜닝하면 최대 1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 이를 앞으로는 형사처벌은 폐지하고, 과태료 최대 1000만원 및 원상복구명령 등으로 전환한다. 숙박·미용업의 상호명 변경 등 신고를 누락한 경우 등 단순 실수도 과태료 부과로 전환한다.

최저임금 위반한 사업주와 법인을 동시에 처벌할 수 있다는 양벌규정에는 ‘상당한 주의·감독을 다한 사업주’에 대한 면책규정을 마련한다. 면책규정 미비로 2017년 노동조합법 양벌규정이 위헌 결정을 받은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행정제재 중심으로 전환해 처벌 부담도 완화한다. 예컨대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상품 가격 등을 부당하게 결정하는 시정조치명령을 우선한다. 현재는 바로 최대 징역 3년을 부과했는데, 앞으로는 시정조치명령 조치를 불이행하면 그 후에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부분에 중점을 뒀는데, 1년 내 전 부처 소관 법률 중 경제형벌 관련 규정 30%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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