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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해 2129.67로 급락, 연저점을 경신했다. 코스피 지수가 8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군사충돌로 투자 심리가 악화됐던 2014년 4월 23일부터 5월 7일까지 이후 처음이다. 이 당시엔 지수 하락률이 3.2%에 불과했으나 이번엔 9.6%나 급락했다. 226포인트 떨어진 것. 2월 변동성 쇼크 당시 8거래일간 10% 가량 급락한 것에 육박한다. 코스피 지수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재정위기때 코스피 지수는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0.87배까지 급락했는데 이날 지수는 0.87배인 2150선을 하회했다.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거래되는 공포지수(VIX, 변동성지수)는 이달초 11포인트에 불과했으나 일주일 만에 23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증권가 일부에선 약세장 진입을 점치는 분위기다. 통상 연중 최고점에서 최저점의 하락폭의 20%를 넘어가면 약세장이라고 하는데 현 주가는 연 고점 대비 18.3% 가량 떨어졌기 때문.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등은 얕고 하락은 깊은 약세장으로 가는 리듬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7거래일간 35원 가량 올라 박스권 상단(1135원)을 뚫고 1144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는 8거래일 연속 2조3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하고 있다.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경우 외국인 매도세가 더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 국제유가 급등 등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 상황에서 무역갈등 장기화 등에 따른 경제둔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교역량 증가율 전망치를 낮추고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2.8%)을 미국(2.9%)보다 낮게 전망했다. 내년(2.6%)엔 올해보다 성장률이 더 낮아진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이 17조원을 훌쩍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투자자들은 4분기와 내년 기업 실적 둔화 우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한국이 쫓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과 내수시장 모두 둔화 조짐이기 때문이다.
이번 하락장이 회복하기까진 시간이 걸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선 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자금들에서 기계적인 매도가 나올 수 있는데다 국내 증시에선 돈 빌려 투자했던 주식들이 주가 하락에 반대매매가 나오면서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하루 평균 코스피·코스닥 합산 반대매매 규모는 144억원으로 전달보다 2.6배 많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8월 이후 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며 “코스닥 융자 잔고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지수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닥 지수는 연 고점 대비 24.1% 급락해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는 코스피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 무역분쟁 장기화 조짐…美 중간선거 이후에 보자
증권가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로 무역분쟁 장기화를 꼽고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 도널드 트럼프 측인 공화당이 상·하원 장악에 실패해 무역분쟁에만 몰두하는 경우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중국이 버티는 것을 보면 중국에 여력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G2가 끝까지 가보겠다고 하면 우리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야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엔 누가 승리를 하더라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며 “그때서야 밸류에이션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가 현 상황에서 내세울 수 있는 점은 경제 펀더멘털 대비 가격이 싸다는 점이지만 이런 부분은 당분간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엔 숨을 곳은 현금 등의 안전자산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저가 매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만 공격적인 매수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며 “기존에 주식 비중이 100이었다면 50으로 줄이고 위험을 회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주가 하락에 버티려는 투자자들이 있지만 현 상황에선 현금이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