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에 '탈탄소' 시계도 늦어지나

함정선 기자I 2022.03.07 23:00:00

기업 덮친 우크라發 쇼크④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폭등
국제유가 장중 130달러 돌파…200달러 전망도
화석연료 늘려 단기 대응 마련 나설 것이라는 분석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이와 관련한 원자재 가격 역시 치솟는 등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자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이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폭등과 수급 부족을 잠재우기 위해 화석연료 생산량을 다시 늘리는 대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3일(현지시간) 러시아 발트해 연안 도시 칼리닌그라드 인근 해상에 국영 천연가스회사 가즈프롬 소속의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재기화 플랜트(FSRU) 선박 마샬 바실레프스키호가 정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외신들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장중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장중 최고 139.13달러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최고 130.50달러를 나타냈다.

국제 유가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재할 수 있다는 우려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한편에서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면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석유와 정유제품을 하루 700만 배럴가량 수출하며 세계 공급량의 약 7%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가 초고유가는 물론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 국가에서는 비축유를 방출하는 것은 물론 석탄발전 등 기존 화석연료를 늘려 에너지 대란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 역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협의해 비축유 442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한 바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러시아 가스관 승인 절차를 중단한 독일의 경우 올해 신재생 발전 비율은 줄고 석탄 발전 비중이 39%에서 44%로 5%포인트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한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의 약 40%를 조달해온 이탈리아의 경우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채산성 문제로 버려둔 셰일가스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한편에서는 탈탄소 정책이 다소 늦어지는 것일 뿐 장기적으로는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탈탄소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신에너지 협약’ 등을 체결하고 보다 빠르게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탈탄소 정책의 미세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 중심의 원유 생산량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원유생산량(자료=하나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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