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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 美·유럽 '락다운'…"폭락장·더블딥 불가피"

이준기 기자I 2020.10.29 18:00:00

독일·프랑스, 나란히 11월말까지 '한 달' 2차 봉쇄령
유럽 경제 양대 축 경제 타격 우려↑…증시 '와르르'
일부 봉쇄 들어간 美…"경제 정상화 어려울 것" 우려
더들리 "연준 화력 다해…美번영, 정부 지출에 달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TV연설을 통해 2차 봉쇄령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방성훈 기자 뉴욕=김정남 특파원] “가혹한 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미 CNN방송)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보건전문가들의 말대로 끔찍한 ‘코로나19발(發) 겨울’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물론 유럽, 그중에서도 유럽 경제의 양대 축인 독일·프랑스의 상황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CNN방송의 보도처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락다운’(봉쇄)으로 겁을 집어먹은 투자자 탓에 ‘폭락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4분기 경제도 고꾸라지는 이른바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락다운→폭락장·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다시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 1·2위 경제 대국, 동시에 ‘락다운’

유럽 상황은 말 그대로 처참하다. 프랑스에선 최근 들어 매일 1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하루 동안에만 5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글로벌 통계웹 월드오미터 기준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총 119만8695명, 누적 사망자는 3만5541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들었다. 그는 2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는 30일부터 최소 11월 말까지 한 달간 불필요한 외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2차 유행은 1차 때보다 치명적일 것”이라며 “잔인하게도 봉쇄 조치를 하지 않으면 병원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 내 집중치료가 필요한 7일 평균 신규 환자 수가 전주대비 38% 급증하고 신규 확진율 역시 18%를 웃돌며 전주대비 13.6% 상승했다고 전했다.

독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하루 신규 감염자가 1만3000명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비상상황’이다. 독일의 누적 확진자 수는 47만7203명, 사망자는 1만347명이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주지사들과 화상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에게 11월 2일부터 내달 말까지 식당, 술집, 영화관, 공연장, 호텔 등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또 공공장소에서의 만남은 총 10명을 넘지 않는 선에서 2가구 끼리 만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AFP)
물론 두 국가의 락다운은 지난 3~4월보다는 다소 약한 수준이다. 학교·유치원은 열리며 상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조건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식당 역시 포장판매를 허용했다. 그럼에도 경제 타격에 대한 우려는 작지 않다. 두 국가가 나란히 유럽 내 경제규모 1, 2위 대국이라는 점에서다. WSJ은 이번 한 달 동안의 재봉쇄로 프랑스 경제 생산이 2~2.5%포인트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우려는 증시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4.2% 급락해 지난 5월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도 3.4% 하락했다.

◇연준 ‘화력’ 고갈…“결국 의회 부양책에 달려”

부동의 세계 경제규모 1위인 미국 내 상황도 만만찮다. 가속화하는 2차 팬데믹 속에 일부 주(州)는 이미 봉쇄 조치에 나섰다. 일리노이주 최대 도시인 시카고는 실내 식사·음주 영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카고의 유달리 추운 겨울 날씨를 고려하면 사실상 봉쇄 조치라는 평가다. 텍사스주의 국경 도시 엘패소는 2주간 자가 대피령을 내렸다. 조너선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의대 교수는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신규 확진자 상승) 곡선이 반대로 내려갈 때 50만명이 숨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각각 3.43%와 3.53% 급락한 배경이다. 두 지수의 낙폭은 6월11일 이후 넉 달여 만에 가장 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73% 곤두박질쳤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데이비드 조이 수석 시장 전략가인 “이번 주 뉴욕 및 유럽 증시 매도의 주요 원인은 코로나19 감염률 상승”이라며 “코로나19가 잘 통제되고 있는 아시아 증시가 선방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했다. 월가에선 미 경제가 2분기 31.4% 역성장을 딛고 31%의 ‘V자’ 형태의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재유행 추세가 지속하면 미 경제는 4분기 더블딥에 빠지겠다고 우려한다. JP모건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전략가는 “미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내달 3일 미 대선 전 의회의 부양책 합의가 이뤄질 공산이 희미해진 가운데 미 중앙은행(Fed·연준)이 나설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불안으로 몰고 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어떤 중앙은행도 화력이 다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유감스럽게도 연준은 그 수준에 근접한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의 미래 번영은 정부지출(부양책) 계획에 달렸다”는 게 더들리 전 총재의 생각이다.
코로나19 2차 팬데믹에 따른 이탈리아 정부의 봉쇄 조치로 베네치아의 명소 산마르코 광장 주변의 한 주점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오후 6시 일찌감치 문을 닫으면서 옥외에 배치한 테이블들이 텅 비어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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