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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부는 이들이 전자투표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했다. 미국 국무부는 “민주적 가치에 관한 통상적인 방문”이라며 선거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가 미국 고위 관리들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서 양국 갈등은 통상·사법 영역을 넘어 외교 인사 교류로까지 번졌다.
양국이 상대국 관리의 활동을 제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 4월 마이애미에서 근무하던 브라질 연방경찰 연락관 마르셀루 이부 지 카르발류에게 출국을 요구했다. 브라질은 곧바로 브라질리아에서 근무하던 미국 이민당국 연락관의 직무 자격을 취소했다. 이 사건은 양국이 외교·수사 협력 분야에서도 ‘상호주의’를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갈등의 핵심에는 관세가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2일부터 상당수 브라질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디지털 무역과 전자결제, 에탄올 시장 접근, 지식재산권 보호, 불법 벌목 등을 문제 삼았다. 강제노동 방지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별도의 12.5% 관세도 추가했다. 브라질 정부에 따르면 대미 수출의 23.1%가 신규 관세의 영향을 받고, 16.5%에는 37.5%의 관세가 겹쳐 적용된다.
브라질은 관세 부과의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에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재판을 문제 삼아 브라질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2025년 브라질과의 상품 교역에서 144억달러 흑자를 냈다. 전형적인 무역적자 해소 차원의 관세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다만 미국은 관세가 브라질의 불공정 관행에 대응한 통상 조치라는 입장이다.
브라질은 28일 미국의 관세가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위반했다며 공식 협의를 요청했다. 룰라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 창구는 열어두되 자국의 ‘경제적 상호주의법’에 따른 보복 조치와 수출시장 다변화도 검토하고 있다.
관세전쟁은 브라질 대선 구도와도 맞물렸다. 룰라 대통령은 10월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과 맞붙는다. 플라비우는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부과를 대선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룰라 진영은 이를 야권과 미국의 정치적 연대로 규정했다. 최근 다타폴랴 조사에서 결선투표를 가정한 지지율은 룰라 48%, 플라비우 43%였다.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룰라에게 ‘주권 수호자’ 이미지를 만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브라질 대선은 남미 정치 지형을 결정할 선거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볼리비아가 우파 정부로 이동한 데 이어 콜롬비아와 페루 대선에서도 우파가 승리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플라비우의 대선 출정식에 직접 참석해 룰라 정부를 공격했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 경제국이자 인구 대국인 만큼 룰라까지 패하면 남미의 우경화, 이른바 ‘블루타이드’가 사실상 대륙의 주류로 굳어질 수 있다.
미국의 압박은 역설적으로 브라질의 중국·아시아 접근을 촉진할 수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룰라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외부 간섭에 반대하는 브라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한국과도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을 앞당기기로 했다. 미·브라질 충돌이 단순한 양국 갈등을 넘어 남미 최대 국가의 외교·통상 축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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