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아이를 둔 워킹맘 한모 씨는 그동안 아껴두었던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아이에게는 큰 변화인 입학을 앞두기도 했고, 무엇보다 평소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끼는 성향이라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한 씨는 1년 동안은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직접 등하교를 도우면서, 곁에서 돌봐줄 계획이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아이를 가진 정모 주부도 최근 개학날이 다가오면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년이 바뀌면서 새 친구들을 사귀고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학교가 가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이제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을 때다. 반면 일부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벌써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런 아이를 둔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설마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니겠지’ 등 걱정이 앞서는 시기이기도 하다.
방수영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가 불안해할수록 보호자는 함께 동요하기보다는 평정심을 가지고 관심과 격려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 곁에서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입학 전 아이의 건강상태와 심리상태를 살펴 불안감을 없애고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특히 학기 초에 학교생활 잘 살피고 불안감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등교 거부증, 집단 따돌림, 주의력 결핍, 틱장애 등을 최대한 빨리 발견해 치료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타나는 ‘등교 거부증’
자아 기능이 약해 누구나 겪는 보통의 스트레스도 힘들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불안, 우울, 초조함, 짜증 등의 정서적 증상을 겪게 된다. 이런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악순환이 반복돼 결국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중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등교 거부증’을 보일 수 있다. 학교 갈 시간이 되면 막연히 배가 아프다거나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말대로 병원에 데려가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답변만 들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부모들은 아이에게 꾀병으로 몰아붙여 혼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등교 거부증을 보일 때는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학교 에 가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오더라도 등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배가 아프다, 어지럽다 등의 신체 증상에는 무관심하게 대하되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소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한다. 먼저 보호자와 이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놀이치료를 통해 극복하거나, 불안의 정도가 심할 땐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간혹 아이보다 보호자가 더 불안함, 우울함을 느껴 아이를 과잉보호하거나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은연중 방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땐 보호자도 함께 상담을 받아야 한다.
◇ ‘집단 따돌림’도 적응 장애 중 하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집단 따돌림’ 역시 적응 장애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주로 또래와 친하게 지내는 일이 어려운 아이들이나, 자기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아이들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부모가 평소 자녀와 많은 대화를 통해 생활 태도를 살펴보고 친구 사귀는 방법 등도 조언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산만한 아이’ 야단보다는 관심가지고 지켜봐야
주의가 산만하고 활동이 부산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아이들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땐 집중력이 떨어지고 과잉 행동을 해도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학습활동이 점차 중요해지는 고학년이 될수록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아무리 야단을 쳐도 조금 지나면 다시 산만해져 꾸지람으로는 별 소용이 없다.
주의력 결핍이나 활동의 과다 증상들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잔소리 효과도 그때뿐인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아동들이 집이나 학교에서 계속 야단을 맞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적절한 시점에 치료해주지 않으면 고학년으로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고 학업에 점차 흥미를 잃게 되면서 수업시간에 더욱 집중하지 못하는 악순환도 이어진다.
◇틱장애, 1년 이상 지속되면 치료받아야
사람은 누구나 긴장하거나 어색할 때 하는 버릇이 있다. 발을 덜덜 떨거나 헛기침을 하기도 하고 손톱을 깨물기도 한다. 머리를 긁거나 어깨를 으쓱대는 것도 흔한 버릇이다. 어떤 버릇은 금방 없어지기도 하지만 평생 가는 버릇도 있다. 그런데 이런 단순한 버릇이 아닌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시도 때도 없이 어떤 특정 동작을 하거나 음성을 내는 것을 ‘틱’이라고 한다. 동작으로는 이마를 찌푸리거나, 눈을 깜박이거나, 어깨를 으쓱대거나, 코에 주름을 짓거나, 머리를 끄덕이거나 흔들고, 목을 비틀고, 팔과 손을 급히 흔들거나, 손가락을 비틀거나, 무릎이나 발을 흔들거리는 것 같은 단순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음성으로 나타나는 틱으로는 목구멍에서 ‘음, 음’ 소리를 내거나, 혀를 차기도 하고, 코를 훌쩍이거나, 헛기침, 빨거나 입맛을 다신다든지, 콧바람, 비명,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 같이 단순한 음성이 있고 욕이나 외설적인 말을 하거나 남의 말을 따라하는 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틱은 아이들에게 비교적 흔하게 생기는 문제이며 취학 전에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담감으로 많이 생길 수 있다. 너무 긴장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 좋다. 틱 자체에 대해서는 부모나 교사가 너무 지적하거나, 주의나 야단을 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틱장애라고 하며 이런 경우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틱이 동작과 음성으로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에는 ‘투렛장애’라고 하는 심각한 질환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방수영 교수는 “틱장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가벼운 뇌 이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따라서 뇌의 불균형상태를 교정하기 위한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며 그 외 놀이치료, 행동치료 등 여러 가지 치료법들이 이용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