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대책을 요구하고자 한자리에 모인 콜센터 노동자들은 이번 집단감염이 ‘예고된 참사’였다고 비판했다. 원·하청 구조에서 비롯한 열악한 근무 조건이 만든 ‘인재(人災)’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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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내 콜센터에서 일한 직원과 그 가족 수십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부 콜센터 직원은 관련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계속 출근한 것으로 조사돼 집단감염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콜센터의 근무 환경이 집단감염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서비스노조)는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집단감염은 예고된 참사이자 인재”라며 “정부와 원청인 공공기관·기업, 하청인 콜센터 업체, 각 지방자치단체는 집단감염 위험에 노출된 콜센터 노동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비스노조는 좁은 공간에 밀집한 근무 환경,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업무 특성으로 콜센터 내 집단감염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윤선 서비스노조 콜센터지부장은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에서 수백명이 모여서 종일 말을 한다”며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 말하기도 어렵고, 상담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객 항의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심명숙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장도 “콜센터 사무실은 건강을 지키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소음 때문에 창문을 다 닫고, 짧은 시간에 많은 전화를 받아야 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통제한다”고 말했다. 콜센터 건물의 방역이나 마스크, 손 세정제 등 개인 위생용품 지급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은 연차·병가를 노동자의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없는 구조가 집단감염 사태를 일으켰다고도 지적했다. 구로 콜센터에서의 첫 확진자도 지난 6일 오후 4시쯤 회사에서 관련 증상을 느꼈으나 4시간이나 지나서야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부장은 “연차는 회사가 정한 제약이 많고, 병가는 무급에 인센티브 문제가 있어 쉽게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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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노동자들은 원청이 콜센터 직원들을 직접 고용해야만 이런 악순환이 끊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원청 기업인 공기업·금융기업 등은 정당한 대가를 줬다고 자신들의 책임을 콜센터 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원청이 직접 고용해서 근본적 시스템을 바꿔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집에서 근무하게 하는 재택근무, 근무 장소를 다른 장소로 나누는 분산근무 등의 대책도 원청 기업의 도움 없인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손영환 한국고용정보 콜센터지부장은 “재택근무든, 분산근무든 비용이 발생하는데, 하청 기업이 짊어지기엔 무리”라며 “정부나 원청 기업 등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노동자 간 적절한 공간을 확보하는 조치라도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고정석 없이 아무 데나 앉아서 일하는 콜센터도 있다”며 “콜센터는 자리를 정하고 공석을 활용해 공간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라미 서울주택도시공사 콜센터지부장 역시 “모든 상담사가 마주 본 채 상담하는데, 일렬로 한다면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콜센터 노동자들은 원청 기업엔 건물 방역과 개인 위생용품·휴업수당을, 콜센터 업체엔 책상·키보드 등의 소독용품, 자가격리 시스템 등을 각각 요구했다. 이어 각 지자체에는 콜센터 업체의 전수 조사와 원청 기업이 방역 등을 이행하지 않을 시 직접 방역을 지시·시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 두기’ 권고를 따라줄 것을 콜센터 업체에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콜센터 업체가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시설 폐쇄 명령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서울시가 운영하는 120 다산콜센터는 내일부터 시범 테스트를 거쳐 다음 주부턴 절반이 재택근무에 들어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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