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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오는 7월 버스업계의 주(週)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놓고 버스운전기사 인력 수급과 운행노선 감축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거세게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버스기사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사회적 문제화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버스요금을 인상하거나 중앙정부가 재정을 풀어야하는 만큼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전국 지역노조 사업장노조 479곳 가운데 200여곳이 이날과 9일 양일간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있다. 14일 자정까지 노조와 지방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이 결렬되면 전국 11개 광역자치단체 노선버스 노조가 동시에 파업에 나설 수 있다. 노조는 주 52시간 근무로 줄어드는 임금을 보전해달라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버스회사들은 부족해지는 기사 인력 확충과 재정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요금을 인상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임금단체협상 기간이 맞물리며 통상 근로조건 개선을 내세운 버스노조까지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경기도는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31개 시·군 대중교통분야 업무담당 과장,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시내·시외버스업체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시군-버스업체 상생협의회를 열고 “현행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 요금제로 특정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대책이 필요하다”며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김준태 경기도 교통국장도 “운전자의 장시간 노동 방지를 통한 대형 교통사고 예방이라는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지만 지자체와 업계 노력만으로 교통 불편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며 국고 보조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버스업계는 7월1일부터 시행될 단축근무제로 인해 3240~5669명의 운전자를 더 채용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0인 이상 버스업체는 올 7월부터, 300인 미만은 내년 1월부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서울의 경우 광역버스와 시내버스 모두 준공영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경기도는 광역버스만 올 하반기 시행 예정이고 인천은 시내버스만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있다. 준공영제란 지자체가 버스에서 나온 전체 수입을 일괄적으로 합산한 다음 각 버스회사에 분배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민영과 공영을 혼합한 체계다. 각 지자체는 버스 요금을 통상 3~4년마다 올렸지만 2015년 이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추가 인상은 없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를 제외한 경기·인천 등 나머지 지자체들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버스업계 재정난을 해소하고자 서울·경기·인천 등에 요금 인상을 요청하면서도 대중교통은 지방이양 사무라 `시내버스 요금 조정 권한은 지자체에 위임했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 국고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버스업계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열악한 지방정부 재정을 감안할 때 대규모 폐선과 감차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 지원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서울시 버스노조도 파업 찬반투표를 9일까지 진행하고 있어 골칫거리다. 서울시 버스기사 월평균 임금은 작년 말 기준 394만원으로, 경기도나 인천 등 다른 지자체 임금을 크게 웃돌아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서울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주 52시간제를 도입해 10여년 넘게 임금 감소분을 보전해 온 상태다. 이 때문에 서울시 노조는 타 지역과 파업 명분이 다른데도 근로조건 개선을 내세워 평균 50시간인 근무시간을 45시간으로 단축하고 임금 인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가 노조 제안을 받아들여 버스기사 봉급을 올릴 경우 상황이 다른 지자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자 노조 측은 파업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 등 대중교통은 시민의 일상복지이자 생활권인 만큼 요금 인상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임금 인상은 곧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국고로 보조해야 한다는 것은 전반적인 지자체들의 분위기”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