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친문표심 잡고 이해찬 견제... 당 논란 부추겨 역풍 우려도

이승현 기자I 2018.07.30 17:11:19

"각종 의혹 휩싸인 이재명 당에 부담"..사실상 탈당 요구
이재명 싫어하는 '친문세력' 표심 잡기
지지층 겹치는 이해찬 견제 효과도
"김진표 평소 스타일 아닌데"..역풍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당대표 후보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선 본선에 임하는 각오와 당 운영 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거취가 이슈로 떠올랐다. 이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부터 이어진 여배우 스캔들 논란과 최근 불거진 조폭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이해찬 후보와 친문(친문재인) 표심을 놓고 경쟁 중인 김진표 후보가 이 문제를 꺼내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해찬 견제하고, 친문표심 공략 위한 의도된 전략

김 후보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당이나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고, 당 지지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괴로운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이 지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탈당을 요구한 것이다.

김 후보는 이어 과거 의원 사무실에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기용한 문제로 인해 탈당을 했던 서영교 의원의 사례까지 거론했다. 주변에서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김 후보가 이런 강경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쟁 상대인 이 후보를 견제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의도적인 행동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우선 이 지사를 공격함으로써 이 지사와 각을 세우고 있는 친문 세력의 마음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친문 세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친문핵심’인 전해철 의원과 이 지사가 맞붙었을 때부터 이 지사에 대한 강도높은 공격을 했다. 트위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전 의원 등을 공격한 ‘혜경궁김씨’가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란 의혹을 제기하며 이 지사에게 답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을 싫어하는 친문세력 입장에서 이재명에게 시원하게 탈당하라고 요구한 후보에 대해 호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게다가 김진표 의원은 이 지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터라 보다 자유롭게 이같은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후보는 지방선거 경선 당시 전 의원 선거캠프에 참여, 전 의원을 총력 지원하며 이 지사와 각을 세운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 후보가 30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윤상원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한 이미지 보여주기 위한 준비된 발언..역풍 우려도

또 다른 이유는 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분석이다. 사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이 지사 이슈가 제기된 것은 이해찬 후보가 출마하면서 부터다. 이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의원이 경기도 연정부지사에 임명되면서 이 후보와 이 지사간 연계설이 흘러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각종 의혹에 시달리는 것이 이 후보의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전당대회와 별 관계 없을 것이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같은 점을 간파한 김 후보 측에서 선거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지사 이슈를 꺼내들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후보가 이 지사와 관계가 있다고 알려지면 친문 표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처럼 김 후보가 이 후보에 대해 각을 세우는 것은 둘다 ‘친문’으로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현 당대표 선거 구도상 당의 최대 세력인 ‘친문’이 김 후보와 이 후보 중 한쪽으로 쏠릴 경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반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비슷하게 나눠질 경우 송영길 후보가 유리하다. 따라서 김 후보와 이 후보는 서로 친문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할 수밖에 없다.

또 ‘무난한’ 이미지인 김 후보가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후보가 평소에 남을 헐뜯거나 공격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에 이 지사를 공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선거 승리를 위해 매우 준비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같은 김 후보의 행보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지금은 당이 이재명 지사가 논란에서 벗어나 경기도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오히려 논란을 부추긴 꼴이 됐다”며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이런 정략적인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 측이 이런 식으로 선거전을 치른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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