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견제하고, 친문표심 공략 위한 의도된 전략
김 후보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당이나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고, 당 지지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괴로운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이 지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탈당을 요구한 것이다.
김 후보는 이어 과거 의원 사무실에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기용한 문제로 인해 탈당을 했던 서영교 의원의 사례까지 거론했다. 주변에서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란 평가까지 나온다. 김 후보가 이런 강경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쟁 상대인 이 후보를 견제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의도적인 행동이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우선 이 지사를 공격함으로써 이 지사와 각을 세우고 있는 친문 세력의 마음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친문 세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 ‘친문핵심’인 전해철 의원과 이 지사가 맞붙었을 때부터 이 지사에 대한 강도높은 공격을 했다. 트위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전 의원 등을 공격한 ‘혜경궁김씨’가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란 의혹을 제기하며 이 지사에게 답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을 싫어하는 친문세력 입장에서 이재명에게 시원하게 탈당하라고 요구한 후보에 대해 호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게다가 김진표 의원은 이 지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터라 보다 자유롭게 이같은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후보는 지방선거 경선 당시 전 의원 선거캠프에 참여, 전 의원을 총력 지원하며 이 지사와 각을 세운 바 있다.
|
또 다른 이유는 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분석이다. 사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이 지사 이슈가 제기된 것은 이해찬 후보가 출마하면서 부터다. 이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의원이 경기도 연정부지사에 임명되면서 이 후보와 이 지사간 연계설이 흘러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각종 의혹에 시달리는 것이 이 후보의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전당대회와 별 관계 없을 것이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같은 점을 간파한 김 후보 측에서 선거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지사 이슈를 꺼내들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후보가 이 지사와 관계가 있다고 알려지면 친문 표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처럼 김 후보가 이 후보에 대해 각을 세우는 것은 둘다 ‘친문’으로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현 당대표 선거 구도상 당의 최대 세력인 ‘친문’이 김 후보와 이 후보 중 한쪽으로 쏠릴 경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반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비슷하게 나눠질 경우 송영길 후보가 유리하다. 따라서 김 후보와 이 후보는 서로 친문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할 수밖에 없다.
또 ‘무난한’ 이미지인 김 후보가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후보가 평소에 남을 헐뜯거나 공격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에 이 지사를 공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선거 승리를 위해 매우 준비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같은 김 후보의 행보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지금은 당이 이재명 지사가 논란에서 벗어나 경기도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오히려 논란을 부추긴 꼴이 됐다”며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이런 정략적인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 측이 이런 식으로 선거전을 치른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