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적자회사에 무상증여, 실제 이익 없으면 과세대상 아냐"

전재욱 기자I 2017.04.20 17:36:49

결손법인 주식 무상증여, 이익 상관없이 과세할지 쟁점
상증세법, 이익만 과세…법률권한 뛰어넘은 시행령 무효

대법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적자를 내고 있는 법인에 무상으로 주식을 증여했으나 실제로 발생한 이익이 없으면 과세하지 못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0일 이모씨 등 2명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열리게 됐다.

사건의 쟁점은 결손법인(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손해를 본 법인)이 주변에서 주식을 무상으로 지원받고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과세해야 하는지였다.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41조 1항은 결손법인에 증여해서 결손법인 주주가 시행령이 정하는 이익을 얻으면 과세한다고 정하고 있다. 문제는 시행령에서는 이익을 계산하는 데 있어 실제로 이익이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 증여액에 주식 비율을 곱해서 일률적으로 이익으로 계산한다.

대법원은 법률의 권한을 뛰어넘은 시행령은 무효라고 선언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뤄진 과세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 상증세법은 이익만 증여세 부과대상으로 보고 이익이 없으면 증여세 부과대상이 아니라고 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시행령은 무상으로 주식이 넘어가면 실제로 이익이 없어도 증여세 부과대상이라고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시행령은 특정 법인에 재산을 무상 제공한 것 자체를 주주의 이익으로 보고 있다”며 “주주가 실제로 얻은 이익의 유무와 양에 상관없이 납세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법률 조항의 취지와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측은 “증여로 이익을 얻지 못했다면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는 점을 밝힌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씨 등은 제조업체 H사를 운영하면서 2010년 92억원 손해를 봤다. 이들과 친족이 운영하는 회사는 2011년 4월 H사에 주식 122만주를 무상으로 증여했다. 세무당국은 이씨 등에게 증여세 9300만원을 매겼다. 이들은 “회사는 여전히 결손법인이라서 실제로 얻은 이익이 없는데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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