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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논란 차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21일께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가 모두 마무리되면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약 4%를 취득하고 ㈜한화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율은 약 32%로 소폭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재규 한화에너지 대표는 “1조3000억원의 조달 목적은 승계와 무관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였고, 실제 자금 일부가 차입금 상환과 투자에 쓰였다”며 “불필요한 승계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 주주들은 15%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받을 수 있지만, 한화에너지 등은 할인 없이 유증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유상증자를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방산·조선·해양·에너지 분야에서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투자(6조2700억원),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R&D 투자 1조5600억원, 지상방산 인프라 투자 2조2900억원, 항공우주산업 인프라 투자 9500억원 등이다. 특히 북미 LNG 액화 터미널, LNG 트레이딩 사업, 해운 조인트벤처(JV) 설립, 해상 풍력 설치선 사업 투자 등 신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인 것은 당초부터 유상증자와는 관련 없던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안 사장은 “지난해 10조원 규모 호주 호위함 사업 따올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고 다녔는데, 결국 떨어졌다”며 “사후 분석을 해보니 모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연결재무제표로 잡혀 있지도 않고, 지분율도 23%밖에 안 되는 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2023년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할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너지 등 복잡한 인수구조를 짤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돈이 없었다”며 “애초부터 한화에너지는 투자사로 참여한 것이고 주가가 오르면 빠져나갈 것으로 약속이 돼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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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이번 공시에서 “㈜한화와 한화에너지 합병은 없을 것”이라며 양사 합병을 통한 승계 작업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한화에너지를 활용한 승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화에너지가 1조3000억원을 원상복구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한화에너지의 IPO 작업이 승계와 무관하진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박 교수는 “문자 그대로 ㈜한화와 한화에너지가 합병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한화에너지는 상장으로 몸집을 불리고 ㈜한화는 인적분할한 뒤 새로 출범한 회사와 합병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정치권 압박이 거세지기 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서둘러 유증을 수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례를 언급하며 상법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안 사장은 “이번 유상증자 논란을 통해 반성을 뼈저리게 했다”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최고의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고 지금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