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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논란 털어낸 한화…"11조원 투자해 육해공 종합방산 도약"

김성진 기자I 2025.04.08 18:08:22

오너 소유 한화에너지 1.3조 유증 참여
한화에어로 주가 8.72%↑…긍정적 반응
“불필요한 승계 논란 잠재우기 위한 선택”
한화에너지 IPO 관측…승계 작업 지속 예상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한화그룹 오너일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결정한 배경에는 만약 이번에 자본조달에 실패할 경우 미래 육·해·공 종합방산업체로 도약할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글로벌 안보환경 변화로 세계 각국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이 시기에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안방 호랑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총괄사장은 8일 미래 비전 설명회 자리에서 “유증 규모를 줄여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렵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안병철 총괄사장이 사업 비전과 투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그룹은 동시에 이번 유증 계획 수정으로 승계 논란이 계속 불거지는 것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이 문제가 됐던 것은 발표 한 달여 전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1조3000억원에 사줬던 것인데, 한화에너지가 재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3자배정 유증 참여를 결정하며 이 돈을 돌려놓기로 한 것이다. 1조3000억원이 오너일가 승계 자금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추측들이 나오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결정이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날 대비 8.72% 오른 69만8000원에 마감하며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경영권 승계 논란 차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21일께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가 모두 마무리되면 한화에너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약 4%를 취득하고 ㈜한화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율은 약 32%로 소폭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재규 한화에너지 대표는 “1조3000억원의 조달 목적은 승계와 무관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였고, 실제 자금 일부가 차입금 상환과 투자에 쓰였다”며 “불필요한 승계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 주주들은 15%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받을 수 있지만, 한화에너지 등은 할인 없이 유증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유상증자를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방산·조선·해양·에너지 분야에서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투자(6조2700억원),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R&D 투자 1조5600억원, 지상방산 인프라 투자 2조2900억원, 항공우주산업 인프라 투자 9500억원 등이다. 특히 북미 LNG 액화 터미널, LNG 트레이딩 사업, 해운 조인트벤처(JV) 설립, 해상 풍력 설치선 사업 투자 등 신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인 것은 당초부터 유상증자와는 관련 없던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안 사장은 “지난해 10조원 규모 호주 호위함 사업 따올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고 다녔는데, 결국 떨어졌다”며 “사후 분석을 해보니 모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연결재무제표로 잡혀 있지도 않고, 지분율도 23%밖에 안 되는 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2023년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할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너지 등 복잡한 인수구조를 짤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돈이 없었다”며 “애초부터 한화에너지는 투자사로 참여한 것이고 주가가 오르면 빠져나갈 것으로 약속이 돼 있었다”고 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한화에너지 IPO 예측…승계 끝난 걸까

한화그룹은 이번 공시에서 “㈜한화와 한화에너지 합병은 없을 것”이라며 양사 합병을 통한 승계 작업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한화에너지를 활용한 승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화에너지가 1조3000억원을 원상복구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한화에너지의 IPO 작업이 승계와 무관하진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박 교수는 “문자 그대로 ㈜한화와 한화에너지가 합병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한화에너지는 상장으로 몸집을 불리고 ㈜한화는 인적분할한 뒤 새로 출범한 회사와 합병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정치권 압박이 거세지기 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서둘러 유증을 수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례를 언급하며 상법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안 사장은 “이번 유상증자 논란을 통해 반성을 뼈저리게 했다”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최고의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고 지금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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