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한국시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점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
이어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며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오늘날 산문의 혁신을 일궈냈다”라고도 했다.
한강은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나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시 ‘얼음꽃’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듬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문단에 본격적인 이름을 알렸다. 등단 이후에는 지속해서 폭력이 빚어내는 삶의 비극에 대해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냈다.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다양한 소설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지난 30년간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망하는 주제 의식과 감정에 울림을 선사하는 표현력으로 국내외 독자 모두를 사로잡았다는 평을 얻었다.
2016년 부커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 ‘채식주의자’를 통해서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몰입하며 독자에게 커다란 감정의 진폭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얻었다. 언어와 소재의 한계로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주류로 당당히 편입됐다는 호평도 얻었다. 당시 간담회에서 나온 노벨문학상 관련 질문에 그는 “그런 상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책이 완성되고 다음에 아주 먼 결과”라며 “그냥 글 쓰는 사람은 그냥 글 쓰라고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부커상 수상 이후 5년 만에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내놨다.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소설이다. 당시 한강의 문학성과 주제 의식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주요작으로는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한림원은 2012년 이후 남성과 여성 작가에게 번갈아 문학상을 안겼다. 2022년에는 프랑스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를, 지난해에는 노르웨이 남성 작가 욘포세를 수상자로 꼽았다. 이에 올해는 여성 작가이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한화 약 14억3000만원)를 수여한다.
한편, 한강은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다. 한승원은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원작장편 작가다. 한강은 데뷔 초 한승원의 딸로 알려졌지만, 이상문학상 수상을 전후해 한승원이 한강의 아버지로 더 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