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기능조정]연탄값 7년만에 오른다…석탄공사는 정리 수순(종합)

박종오 기자I 2016.06.14 23:07:01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7년 동안 동결했던 연탄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1조 6000억원대 빚을 안고도 적자가 계속 쌓이는 석탄공사 정리를 위해서는 연탄 수요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14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조정 방안을 확정했다.

◇연탄값 올리고 정부 보조금은 축소

△13일 태백시 지역현안대책위원회가 정부의 석탄공사 폐업을 저지하기 위해 강원 태백시 황지연못에서 산업전사위령탑까지 행진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2009년 11월부터 1개(3.6kg)당 391.25원(배달료 포함 서울 기준 500원)으로 유지했던 연탄 최고 판매가격을 7년여 만에 인상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상 시기는 올해나 내년부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연탄과 연탄 원재료인 무연탄 판매가격을 생산 원가 이하로 제한하고, 생산·제조·수송업체 등에는 연탄 1장당 450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해 손실을 보전해 줬다. 연탄을 주로 사용한다는 것이 서민이라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하지만 앞으로 판매가를 단계적으로 올리고 그만큼 정부 지원금은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는 한국석탄공사 구조조정으로 연탄 공급이 줄어들 것에 대비한 조치다. 2010년 정부는 주요 20개국(G20)에 오는 2020년 말까지 화석 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석탄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든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석탄공사 부실을 방치하고 혈세를 퍼줄 수도 없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대한석탄협회에 따르면 국내 무연탄 소비량은 1986년 2692만 7000t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171만 8000t까지 내려앉았다. 작년에는 1999년 이후 17년 만에 국내 무연탄 생산량이 소비량을 앞지르기도 했다.

국내 무연탄 소비량의 약 60%, 연탄 소비량의 70%를 생산하는 석탄공사는 이미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수요가 급감하는데 경동·태백광업 등 민간 탄광과 달리 갱도가 깊다 보니 생산비는 계속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보조금은 민간 탄광을 기준으로 책정해 석탄을 캘수록 원가가 높은 공사 손해가 커지는 구조다. 이 회사는 2004년 이후 12년째 적자가 자본금을 갉아먹는 자본잠식 상태로,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1조 5989억원, 영업 손실은 330억원에 달했다.

◇내년부터 석탄공사 감산·정원 감축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계획을 마련해 내년부터 석탄공사의 감산, 정원 감축에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상 회사 정리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다만 석탄 감산과 직원 감축, 폐광 등은 반드시 노사 합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연탄 수요 감소, 광부 고령화 등으로 구조조정이 원만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탄공사에 따르면 이 회사 전체 직원 1384명 중 임원을 뺀 일반 직원 평균 나이는 51.5세다. 당장 내년에 69명, 2018년에는 123명이 정년(60세)을 채우고 은퇴한다. 2021년까지 매년 자연 퇴직자가 100명을 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노조 반발, 서민 물가 인상 우려 등은 정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석탄공사 노조는 지난 11일 정부의 폐광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15일부터 막장 단식 투쟁에 돌입할 것을 결의했다. 연탄은 등유, 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보다 저렴해 여전히 적지 않은 저소득 가정, 화훼농가 등이 사용하기도 한다.

정부는 폐광·감산 대책비 등 기존 고용 보호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차상위계층 등 8만여 가구에 가구당 연 16만 9000원씩 지원하는 ‘연탄 쿠폰’ 지급액을 늘려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유럽·일본 등 국제 추세를 보면 국내 석탄 탄광도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다만 연탄을 사용하는 것이 주로 서민인 만큼 단기적인 가격 인상 충격 등에 대비한 보완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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