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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참기름 성지?”…日 관광객에 중부시장 ‘고소한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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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 기자I 2026.10.12 18: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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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튜브 입소문 타고 참기름·들기름 쇼핑 명소로
외국인 결제액 12배 상승, 매출 50% 늘어난 점포도…
일본인 알바, 취향 저격 상품 개발… 일본 손님 맞이 나서

[이데일리 김은아 기자] “스미마셍, 아지미 시테 미마셍카.(맛 보시겠어요?)”

8일, 서울 중구 을지로4가의 중부시장. 방앗간 골목에 들어서자 상인들이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다. 깨볶는 냄새 사이로 일본인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점포의 간판도, 호객행위도 모두 일본어로 이뤄지고 있었다.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서 중부시장이 ‘K-기름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참기름, 들기름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관광객의 발길이 늘면서 카드결제액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빅데이터 캠퍼스에 따르면 중부시장 방앗간이 위치한 구역의 올해 상반기 기타유통 업종 외국인 일평균 결제액은 25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9만원)보다 약 12배 증가했다. 농수산물 업종의 외국인 일평균 결제액도 125.1만원으로 전년(65.7만원)보다 90.4% 늘었다. 기름과 곡류를 함께 취급하는 방앗간의 특성이 반영된 두 업종에서 외국인 소비가 나란히 늘어난 것이다.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중부시장 방앗간 골목. 곳곳에 일본어 간판을 설치해 뒀다.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중부시장 방앗간 골목. 곳곳에 일본어 간판을 설치해 뒀다.
일본 내 검색 추이에서도 한국 참기름에 대한 높은 관심이 드러난다. 구글 재팬의 검색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 참기름(ごま油)’ 검색 관심도는 올해 1~9월 주간 평균 31.5로, 지난해 같은 기간(22.2)보다 약 42% 높아졌다. 지난 8월에는 최근 5년간 최고치인 100을 기록했다.

유행의 시작은 유튜브였다. 지난해 7월, 유튜브 구독자 132만명을 보유한 일본 방송인 사시하라 리노가 라멘에 중부시장 ‘충북제유소’의 참기름을 뿌려 먹으며 “위험할 정도로 맛있다”고 평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이후 한국 여행 중 매장을 찾아 참기름을 구매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중부시장은 일본 관광객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중부시장의 방앗간 골목은 시장에서도 가장 구석 자리에 위치해 있다. 참기름을 취급하는 6개 상회는 대부분 서울 시내 식당에 제품을 납품하는 도매 전문 점포로, 평소에는 배송 차량 정도가 오가는 한적한 골목이었다. 그러나 일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골목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방앗간들도 일본 손님 맞이에 나섰다. 간판과 상품 설명은 일본어로도 병기했고, 국제 배송을 고려해 새지 않는 꼼꼼한 포장법도 개발했다. 여행 선물용으로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구비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일본인 손님들의 취향을 겨냥한 곰돌이 모형 케이스도 마련했다. 기름을 직접 맛보고 구입할 수 있도록 시식도 제공한다. 아이스크림에 들기름을 얹은 이색적인 맛보기 상품을 내놓은 곳도 있다.

다양한 크기의 참기름·들기름 제품과 들기름을 끼얹은 맛보기 아이스크림.
다양한 크기의 참기름·들기름 제품과 들기름을 끼얹은 맛보기 아이스크림.
손님이 몰리는 오전 시간을 중심으로 일본어 응대가 가능한 아르바이트 직원도 채용했다. 삼두농산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유키 키요코씨는 “오전 8시에 가게를 오픈하는데, 한참 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 일본 손님들이 많다”며 “일본에서는 들기름이나 들깨를 먹는 문화가 없어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가게에서 구매를 마친 관광객은 “유튜브에서 보고 한국 참기름의 맛이 궁금했는데 직접 먹어보니 ‘후레시’한 맛이 좋다”며 “선물할 생각으로 여러 병 구매했다”고 양손에 가득한 봉투를 내보였다. 또 다른 관광객은 “참기름은 야끼소바와 낫또에 넣고, 통들깨는 샐러드에 뿌려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본 식문화에서도 참기름을 쓰지만, 마트에서 공장제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의 방앗간처럼 기름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깨를 볶고, 기름을 짜는 장면이 일본 관광객들에게는 로컬 문화가 깃든 이색적인 볼거리로 여겨지는 이유다.

최근에는 일본 현지 매체에서도 중부시장을 관광 코스로 추천하고 있다. 여행 전문 매체 ‘루루부’는 “중부시장의 신선한 참기름은 현장에서 병입되는 프리미엄 오일로, 각 매장이 수년간 연구해 개발한 저온 관리 기술 덕분에 참깨의 풍부한 향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 매체는 참기름을 “시장의 생동감, 장인정신, 한국 음식 문화의 본질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기념품”이라고 추천했다.
입 안에 넣으면 톡톡 터지는 식감의 한국산 통들깨도 일본인 관광객의 인기 품목이다.
입 안에 넣으면 톡톡 터지는 식감의 한국산 통들깨도 일본인 관광객의 인기 품목이다.
덕분에 방앗 골목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한 상인은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50%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일일 최고매출이 700만 원을 넘긴 곳도 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서울시에 ‘중부시장 기름 골목’ 지정을 요청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영농산을 운영하는 조명숙씨는 “기름 골목을 관광명소화하면 관광객 유치 효과가 일어나 중부시장도 살아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름 골목의 낙수효과는 시장의 다른 점포로도 이어지고 있다. 참기름을 구매한 관광객들이 중부시장을 둘러보며 건어물과 김을 구매하는 덕분이다. 건어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건어물 가게는 기름집들만큼 손님이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시장에 활기가 도니 보기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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