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또다시 투자자를 모으지 못했다. 짧은 만기에도 계열사인 한진해운 지원가능성에 대한 부담과 최근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이날 1년만기 공모 회사채 15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기관투자자가 한 곳도 응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과 4월 2년만기 회사채를 총 4000억원 규모로 발행했지만 3810억원이 미매각되기도 했다. 올들어 진행한 수요예측 미매각률만 96.6%에 이른다. 미매각 물량은 공동대표주관사인 유안타 키움 현대 동부 한국투자증권이 떠안아 판매할 예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청약일까지는 기다려보겠지만 전액 미매각이라 수요가 없을 것 같다”며 “리테일로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상반기에도 대부분 리테일로 소화했다”며 “대한항공이 브랜드네임이 있는 회사다보니 판매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발행하는 회사채 만기를 1년으로 짧게 잡아 투자자들의 투자부담을 줄이려했다. 그러나 한진해운과 높은 부채비율이 발목을 잡았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투자한 금액 중 4305억원을 올해 연말까지 상각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 부실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2016년 6월말 기준)이 1108.7% 달하는 점도 문제다. 대한항공이 발행했던 회사채에는 부채비율이 1000%를 넘을 경우 회사채를 바로 갚아야하는 기한이익상실 조항이 포함돼있다.
한 크레딧시장 관계자는 “한진해운 문제가 끝나지 않은데다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1000% 밑으로 떨어뜨려야한다”며 “연말에 한진해운 관련 손실 4000억원을 상각할 경우 부채비율이 올라갈텐데 이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채 발행보다 신종자본증권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비율을 맞춰야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의 애매한 신용등급도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요인이다. 기관투자자는 안정적인 AA등급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위험부담이 높은만큼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하이일드채권을 포트폴리오에 담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러한 투자수요를 만족시키기에도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부정적)’로 이번 공모에서 희망한 금리밴드는 3.8~4.0%였다.
여기에 최근 국내 회사채 스프레드가 커진 점도 대한항공 회사채 발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회사채 스프레드란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이다. 크레딧시장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크레딧 시장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