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보호 신청에도…허츠 이틀새 200% 급등, 왜

김윤지 기자I 2020.06.08 18:43:00

美중고차 시장 회복세에 ‘껑충’
‘기업 사냥꾼’도 16억 달러 손실
“또 다시 페니주 될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렌트카 업체 허츠(hertz)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연 고점 20달러를 기록했던 허츠 글로벌 홀딩스의 주가는 파산 보호 신청으로 인해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단기간에 2달러대를 회복했다. 회계 조작으로 나스닥 거래가 정지됐던 러킨 커피도 거래를 재개하면서 5배가 올랐다. 악재 직격탄에 주저 앉았던 종목들이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불안 요소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이상 또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허츠 글로벌 홀딩스는 지난달 말 대비 157% 상승한 2.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2거래일 간 상승 폭은 213.41%에 달한다. 연초만 해도 10달러대 후반에 거래됐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 제한·재택 근무 등으로 렌터카 수요가 줄어들면서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파산 신청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5달러 미만에서 거래되다 급기야 ‘페니주’(1달러 미만의 저가주) 신세가 됐다.

1918년 설립된 허츠는 전 세계 1만2400여곳의 지점 운영 중인 글로벌 업체다. 미국 시장에서 우버, 리프트 등 공유경제가 확산하면서 2017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매출액 98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적자를 봤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속도로 줄어들며 급기야 지난달 22일 파산을 선언했다. 현지 언론은 ‘100년 기업’의 몰락이라고 표현했다. 허츠 지분을 30% 넘게 보유한 최대주주인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은 4일 후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서 16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달 들어 미국 등 주요 국가의 항공편 운항 정상화 소식, 예상치를 상회하는 고용 보고서 등에 힘입어 주가가 꿈틀거렸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또 다른 렌터카 업체인 AVIS나 아메리칸 에어라인, 유나이티드 항공, 델타, 사우스웨스트와 같은 항공주가 최근 회복세를 보인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허츠의 급등에 대해 “부분적으로 항공, 여행주가 반등할 것이란 신호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4월 중순 이후 중고차 가격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것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렌터카 업체의 주요 자산은 보유 차량으로, 자산 가치가 중고차 가치와 연동된다.

아담 요나스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고차 가격 회복이 허츠의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본구조 재조정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파산으로 인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허츠의 부채는 190억 달러에 달하며, 대부분 자산유동화와 연결돼 있다. 허츠는 렌터카 업체이지만 사실상 금융업인 자동차 리스사업에 더 집중했는데, 특수목적회사를 만든 다음 자산유동화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린 뒤 자동차를 구입하고 리스사업을 하거나 렌트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선 허츠 사태가 국내 완성차 업체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가능성을 제기한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허츠의 미국 내 보유물량은 2019 기준 연간 중고차 판매량의 1.37%에 불과하며, 중고차 시장가치는 핵심변수인 실업률의 점진적 안정화로 인해 회복세”라면서 “해당 이슈로 인한 국내 자동차 업종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