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조윤선 장관이 구속되는 등 국정농단 사태의 한가운데 서면서 제 역할을 못한 것도 흥행실패에 한 몫을 했다.
전문가들은 티켓 판매를 위한 구체적 계획없이 ‘경기부터 유치하고 보자’는 식의 지자체의 묻지마 행정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 관객석 텅빈 상태로 전세계로 생중계될 판
‘FIFA U-20 월드컵코리아 2017’은 20일 전북 전주에서 개막식 및 개막경기를 시작으로 내달 11일까지 대전과 인천, 천안, 제주, 수원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동시 개최된다.
U-20 월드컵은 FIFA 가 주관하는 대회 중 월드컵에 이어 2번째로 큰 대회다. 마라도나와 앙리, 메시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24개국에서 온 504명의 예비 축구스타들이 한국을 방문해 23일간 승부를 펼친다.
2013년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남아공, 프랑스 등 경쟁국가를 물리치고 대회 유치를 확정했다. 9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경쟁을 벌여, 대전과 인천, 충남 천안, 경기 수원, 전북 전주, 제주 서귀포 등 6개 지역이 최종 개최지로 확정됐다.
경기를 유치한 지자체에서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에 일었던 축구 붐을 재현하고, 자국 축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방한하는 축구팬들을 통해 도시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기대감 아래 지난해부터 경기장 시설 보수 및 홍보 등에 많게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그러나 대회를 3일 앞둔 18일 기준 티켓 판매 현황을 보면 개막식과 한국 대표팀 경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의 티켓판매량이 전체 관중석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판매 가능한 총좌석 110만석 중 이날 현재까지 판매가 완료된 수는 30여만장으로 지역별로는 수원 7만 2200장, 전주 6만 5000장, 대전 4만 1600장, 천안 3만 3000장, 인천 2만 7900장, 제주 2만 6000장 등이며, 전체 판매금액은 30여억원 수준이다.
U-20 월드컵코리아는 각 지역별로 예선전, 16강전과 8강전, 준결승 등 6~8회 정도의 경기가 열린다. 현재 각 지역별 티켓 판매량을 감안하면 한 경기당 입장객 수는 1만명 내외로 추산된다.
◇ 김영란법에 ‘큰손’ 기업도 엉거주춤
지난해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발목이 잡혀 ‘큰손’인 기업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 된 것도 티켓 판매에 악영향을 줬다. 그동안 기업들은 각 지자체가 유치한 스포츠경기나 공연 관람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직원 및 고객 사은품 등으로 활용해 왔다.
각 지자체 관계자들은 “대회가 불과 눈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티켓 판매율이 20~30%대 머물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며 “전 세계가 우리 도시를 볼텐데 텅빈 관중석이 TV에 노출되면 국제적 망신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회를 유치한 지자체에서는 문체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절반만이라도 관심을 갖고 지원했으면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단 한푼의 국비 지원도 없이 큰 행사를 지자체에만 떠맡기고 나몰라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당초 대한축구협회가 이 대회를 유치할 당시 국비지원을 요청하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서 FIFA에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그간 정부는 전국의 공공 전광판 등의 매체를 이용해 U-20 월드컵 대회를 집중 홍보했고, 각 지자체에서 시행한 축구관련 시설 개보수 등에 국비지원을 해주는 등 나름 최선을 다했다. 티켓 판매는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 단체장들이 국제 체육행사를 유치할 경우에 대비한 티켓 판매 로드맵이나 장·단점, 경제적 파급효과, 시설 개보수 등 재원문제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일단 유치하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면서 최근의 사태가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각 국·과별로 수백장에서 수천장씩 표를 팔아야 한다고 지시가 떨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제 대형 스포츠행사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들릴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지방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표팔이로 전락한 날이 어제오늘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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