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학생한테 도대체 왜? 가시지 않는 의문들
정씨가 면접장에 아시안게임 단복을 입고 금메달을 가져온 건 일반 상식에 비춰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학교 측은 “아시안게임 실적을 어필하기 위한 적극적 행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신원을 노출할 수 있는 복장을 착용하면 공정성·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면접 당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수험생은 정씨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석·학점 등 재학 중의 학사 관리 부실은 학교 측도 일부 인정하고 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씨는 2016년 1학기 ‘퍼스널 트레이닝’과 ‘글로벌 체육봉사’에서 별도의 출석 인정 및 성적 부여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도 성적을 인정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학교 측도 “정씨가 수강한 전공 과목 중 일부에 성적 부여 근거가 불충분한 것을 확인했다”고 시인했다.
정씨가 올 1학기 코칭론 수업 과제로 제출한 보고서 관련, 담당 교수와 주고 받은 이메일도 석연치 않다. 학생과 교수의 대화라 보기 힘들 정도로 과도한 경어를 사용한 데다 다른 블로그를 짜깁기한 수준 미달의 보고서를 내고도 학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학교 측은 “교수 재량으로 판단한다”면서도 감사실의 협조를 받아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마치 교수와 학생이 뒤바뀐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 필수 이수 과목인 채플 학점 이수, 학칙 개정과 지도 교수 교체 등에도 최씨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 대학재정지원 사업 의혹 제기도
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교수협의회도 학교 측 해명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김혜숙 교수협의회장은 “그간 해명에 비춰 새로운 내용은 없었으며 (핵심적인)의혹은 다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교수협의회 주도로 꾸려진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예정대로 19일 본관 앞에서 최 총장 해임을 요구하는 첫 집회를 열기로 했다. 김 회장은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집회는 130년 이화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각종 의혹에 연루된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새로운 대자보를 붙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은 정씨에게 출석과 학점 취득에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모·유모 교수에게 “몇 년간 이상했던 과의 내막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화여대가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잇달아 선정되는 과정에 ‘비선 실세’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 163개 학교(분교 포함) 중 올해 9개 주요 재정지원사업에 5개 이상 선정된 학교는 9.8%인 16개교에 불과하다. 특히 이화여대는 자진 철회한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까지 포함하면 코어 사업(인문 역량 강화 사업)·프라임 사업(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 등 총 8개 사업을 따내 최다 선정대학으로 기록됐다.
이화여대는 현 정부 들어 신설된 대학특성화 사업(CK사업), 고교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에이스 사업) 등 신규 6개 사업을 모두 따낸 유일한 사립대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이화여대가 지원 받은 금액은 아직 지원액이 배정되지 않은 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을 제외하고도 178억 원에 달한다.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이대 정유라 사건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며 “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