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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4년 공론화' 거친 사법개혁...한달만에 처리 공언 '李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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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I 2025.10.21 16:42:13

與 "11월 말까지 입법 완료"…재판소원 별도 속도전
'사회적 논의' 진행해온 역대 정부들과 전혀 다른 길
盧, 대법원장 합의→사회적기구 논의→野 논의 거쳐

노무현 전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이후 대법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여당이 사법제도에 큰 변화를 일으킬 대법관 증원 법안을 다음 달 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법제도 개편이 사회적 기구를 중심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독단적 강행처리를 예고한 것이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1일 국회에서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11월 말까지 (자체 5대 사법개혁안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재판소원’에 대해선 “시한을 못 박지 않고 논의 기간에 얽매이지 않겠다”며 “최대한 빠르게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법안 강행처리 가능성도 열어뒀다. 백혜련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1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좀 지켜보고 그 과정에 따라 강행 처리를 할지를 결정할 것 같다”고 밝혀, 강행처리 가능성을 열어뒀다. 재판소원과 관련해서도 김병기 원내대표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 의견을 중대하게 들어야 한다. 사회적 여론, 전문가, 야당 의견도 충분히 들을 것”이라면서도 “개인 생각으로는 질질 끌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들, 각계 참여한 ‘사회적 기구’서 사법개혁 논의

사실상 사법제도 개편에 대해 속도전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 다음 달 내에 입법이 마무리될 경우, 민주당 자체안 발표 이후 한 달 여 만에 사법제도 법안이 여권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사법제도의 근간을 뒤바꾸는 제도 개혁이 이처럼 특정 정파에 의해 강행처리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는 과거 정부들의 사법개혁 추진과도 다소 결이 다르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과거 정부들은 사법제도 개혁 논의에 여야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을 참여시켜 장시간 논의를 진행해 왔다.

특히 일정 부분의 사법제도 개혁에 성공했던 노무현정부의 경우 실제 제도 개혁 입법까지 4년에 가까운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법제도 개혁을 위해 때로는 설득, 대로는 압박을 동원해 사법부를 논의의 장으로 이끌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8월 최종영 대법원장과 사법개혁 공동추진에 합의하며, 사법개혁의 논의를 꽃피웠다. 그는 ‘선출 권력 우위론’이 아닌 헌법기관으로서의 사법부를 존중하며 철저하게 사법개혁의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4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마친 뒤 조희대 대법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대법원의 판결을 지속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은 같은 해 10월 법원 내부 인사는 물론 법무부, 변호사단체,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 등의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사법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사법개혁의 초안을 만들었다.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는 자체 논의를 통해 △법조일원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배심재판 도입 △공판중심주의 △양형위원회 설치 등 자체 사법개혁 건의안을 도출해 냈다.

盧정부 초대 법무장관도 ‘길게 가야 하는 과제’ 언급

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 건의를 토대로 2005년 본격적인 사법개혁 입법을 논의할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를 설치해 운영을 시작했다. 사개추위는 법원·검찰·변호사 등 법조인을 비롯해 정부·언론·학계·시민단체 등 각계 대표 20명이 참석했다. 이를 통해 이들 제도들의 구체적인 입법안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사개추위가 도출한 법안들은 국회에 제출된 후 여야 간 치열한 논의를 추가로 진행해, 순차적으로 입법이 될 수 있었다.

노무현정부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강금실 전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도 대선 직전이던 지난 5월 말 대 언론 인터뷰에서 “(사법개혁 논의) 방향은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장기과제로, 국민 여론도 듣고 전문가 말씀, 법조계 내부 의견도 융합해 가면서 적절한 방안을 찾는 정도로 갈 것 같다”며 “(사법개혁은) 국민과 사법기관, 전문가 의견도 듣고, 국제 기준도 보고 길게 가야 하는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민주당의 사법제도 개편은 속도전에 매몰돼 있다. 과거 사개추위 논의를 지켜봤던 한 법조인은 “사법제도는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만큼, 매우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 공론의 과정은 단순히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한다”며 “제도 설계는 느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현재 여당의 속도전은 자칫 엄청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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