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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이 쏘아올린 `빅스텝` 논란…"어쨌든 금리인상 빨라질 것"

최정희 기자I 2022.05.16 16:56:00

50bp 금리인상 가능성 첫 시사…시장 내 의견 분분
美는 물가 정점 찍었는데 韓 7~8월 정점 확인 필요
빅스텝, 물가 상승압력 크다는 뜻…"금리 압축적 인상"
윤석열 대통령도, 추경호·이창용도 `물가` 우려
빨라진 금리 인상 속도에 국고채 금리 일제히 상승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단번에 50bp(1bp=0.01%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하면서 빅스텝이 현실화될 지 의견이 분분하다.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출처: 한국은행)


다만 빅스텝이 현실화할 지와는 무관하게 이런 언급이 나온 것 자체가 그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횟수도 더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채권금리도 일제히 뛰었다.

◇ 이창용 빅스텝 발언에 금융시장 흔들

이창용 총재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취임 이후 첫 공식 조찬 회동을 가졌다. ‘최적의 정책 조합(Policy Mix)’을 찾겠다는 재정·통화당국 수장의 악수보다 시장의 관심을 더 끈 것은 이 총재의 ‘빅스텝 가능성’ 발언이었다.

이 총재는 “4월 상황까지 보면 50bp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는데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미국간 금리가 역전될 수 있고 그 역전 폭을 50bp 이상 허용할 것이냐고 묻는 질문이었지만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묻는다고 착각해 이 같이 발언한 것이다.

이 총재는 4월 인사청문회까지만 해도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놨으나 한 달 만에 빅스텝도 열어둬야 한다고 밝히면서 환율은 장 초반 더 크게 하락하고 채권금리는 더 크게 뛰었다. 역외 환율은 5원 가량 하락했으나 이날 원·달러 환율은 7원 넘게 하락해 개장한 뒤 중국 경제지표 악화, 위안화 약세를 따라 하락폭을 크게 줄여 0.10원 하락한 1284.10원에 마감했다.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 초반 3.082%로 뛰며 나흘 만에 3%대를 기록했다. 2~5년물 금리가 10bp 인상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출처: 통계청)


이 총재 발언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한은에선 이를 원론적인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 빅스텝 가능 여부 의견 분분…금리 압축적 인상 가능성

시장의 관심은 과연 빅스텝이 현실화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5월 회의에서 금리를 25bp 인상한 이후 7~8월께 50bp 인상해 연말 2.25%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도 “3분기에 가서는 월별 물가 상승률이 5~6%에 달할 것으로 보여 빅스텝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4월 물가는 4.8%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 빅스텝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물가가 지금보다 더 급증하고 경기가 과열되는 우려가 있다면 빅스텝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금리를 미국처럼 올리면 한국은 상당한 경기 하방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빅스텝 인상이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로 비칠 수 있어 오히려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측하는데 중국, 유럽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 이는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빅스텝이 현실화될 것인지 여부보다는 물가 상승이 그 만큼 심각해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메시지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처럼 50bp 인상을 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연말로 갈수록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다만 이 총재 메시지로 인해 시장에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25%일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 수준이 2.5~2.75%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빅스텝 조정은 경기 위축을 가져올 수 있어 그보단 매 회의마다 25bp 인상에 더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도 “시장에선 2.5%로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그 시점이 내년일 것이란 예상이 많았으나 이 시점이 올해로 당겨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금리 인상 횟수, 속도가 압축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에 대한 우려가 그 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3일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추 부총리, 이 총재 등이 모여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물가 급등에 대해 경계한 데 이어 이날도 대통령을 포함한 재정·통화당국 수장 모두 물가를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첫 시정연설을 통해 “금리, 물가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 역시 “높은 물가 상승세로 인해 민생 경제 어려움이 확대되고 거시경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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