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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멀리 나간다’는 뜻의 동원그룹 창업 후 50년의 세월 동안 성실하고 치열하게 기업경영에만 몰두한 김재철 회장, 그는 ‘재계의 신사’로 불린다. 김 회장은 동원그룹 창립 50주년인 16일 회장직을 내려놓고 새로운 세대에게 동원의 혁신을 과제로 던지고 일선 경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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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창업자 김 회장은 배 한 척으로 50년 만에 7조원 규모의 그룹을 일군 신화적인 인물이다.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사시를 직접 만들고 반세기동안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엄격하게 살아왔다. 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기업인이라면 흑자경영을 통해 국가에 세금을 내고 고용창출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기업인의 성실과 책임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던 해에는 죄인이라는 심정으로 일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했던 일화도 있다. 또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비롯해 공채제도를 도입한 1984년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91년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 38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 납부하기도 했다. 당시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추징하지 않고 자진 신고한 증여세로는 김 회장의 62억 원이 사상 처음이라는 말도 나왔다.
김 회장은 당시 증여세 자진납부로 다른 기업인들에게 핀잔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세무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국세청조차 차명 계좌를 통해 훨씬 많은 지분을 위장 분사 했을 것으로 의심했다. 조사 결과 탈세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나 의심한 것 자체를 부끄럽게 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사회통념을 넘어설 만큼 정직하게 회사를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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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 있다’는 소신과 원칙
김 회장은 자신의 정도경영과 원칙을 자녀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이 대학을 마치자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약 6개월 정도 태웠다. 또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입사 후 창원의 참치 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청량리지역 영업사원 등 가장 바쁜 현장부터 경험시켰다.
두 아들 모두 현장을 두루 경험한 후 11년이 넘어 임원으로 승진했다. 경영자가 현장을 모르면 안 되며 경험을 해봐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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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사업보국을 통해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데 인생을 바치겠다’는 철학으로 성실과 정도만을 걷는 경영을 해왔다”며 “그의 기업가 정신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기업인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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