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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사전 투표가 실시된 첫날인 지난 12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시. 투표를 하기 위해 3시간 동안 줄을 서 기다리던 50대 흑인 유권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선거보다 이번 선거가 더 중요하다”며 “우리는 모두를 위한 지도자가 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사전 투표에 흑인 유권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CNN이 전한 모습이다. 여론조사기관 카탈리스트는 지난 20일을 기준으로 경합주인 조지아주에서 사전 투표에 참여한 흑인을 60만명으로 집계했다. 지난 2016년 대선 때 사전 투표에 나선 29만명보다 배가 넘는다.
올해 흑인 투표 참여가 늘어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흑인 소외가 커졌다는 분위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면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졌고, 이는 흑인의 투표 참여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백인에 비해 흑인 피해가 컸다는 불만도 요인으로 꼽힌다. 흑인 유권자들이 안전과 건강을 중점에 두면서 정치적 의사표현에 적극 나선 것이다. 지난 여름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흑인의 87%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흑인들의 투표 참여가 늘자 민주당은 고무된 분위기다. 4년 전 대선 때 흑인의 저조한 투표 참여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에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흑인 투표율이 하락해 59.6%를 기록했다.
하지만 흑인 유권자의 사전투표 열풍이 오히려 민주당에 불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격전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집계된 우편투표에서 부적격 투표용지로 판정된 상당수가 흑인 유권자의 표로 드러났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전체 우편투표에서 17%를 차지한 흑인 표는 부적격 투표용지의 42%에 달했다. 유권자가 우편 투표용지에 서명하는 것을 빼먹거나 선거관리위에 등록된 서명과 투표용지 서명이 일치하지 않으면 무효 처리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대선에서 흑인 사전투표 열기가 뜨거운데도 불구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선거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27일 기준으로 미국에서 6470만명 넘는 유권자들이 사전투표했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민주당 지지자는 48.9%로 공화당(28.4%)을 웃돌았다. 남은 대선 기간동안 총 8500만명 넘는 유권자가 사전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