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무역금융펀드는 금융범죄"…전액 반환 결정에 시장 '경종'

문승관 기자I 2020.07.01 16:44:14

부실 알고도 주내용 허위기재…계약체결 시 이미 투자원금 손실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개념 아닌 민법상 계약 취소로 접근"
분조위 “투자자 기망행위 해당”…법적 효력 없어 불복 시 법정行

검찰이 1일 라임자산운용의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CI펀드)가 부실 펀드인 것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는 신한은행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유현욱기자] 금융감독원이 설립 이후 분쟁 조정 사상 처음으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을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린 것은 사실상 금융범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 범죄에 대한 자본 시장 내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 그간 강조해온 소비자 보호에 대한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은경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은 “이번 무역펀드 건은 기본적으로 펀드 재구조화를 통해 사기적인 상품으로 만들어놓고 투자자 착오를 일으키게 한 사건”이라며 “예를 들면 빈 깡통을 사도록 한 것이어서 그 부분에 대해 당연히 계약을 취소토록 하고 부당이득을 돌려주는 게 올바르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판매사가 수용하면 최대 1611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이는 문제가 발생한 다른 사모펀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금 100% 반환’…투자자 기망행위 결론

(그래픽=이미나 기자)


금감원이 창설 이래 금융소비자에 대한 첫 ‘100% 배상’ 결정을 내린 것은 투자자 기망행위. 즉, 사기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민법 제109조)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이 자본시장법이 아닌 민법을 근거로 댄 것은 무역펀드 자체를 잘못 판매한 사기 상품의 관점에서 접근한 결과다. 자본시장법의 손해배상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처장은 “무역펀드는 잘못 판매한 상품을 원래대로 돌려놓자고 판단했다”며 “계약을 원칙적으로 다 없었던 걸로 원천적으로 되돌리는 거지 불완전판매로 손배해상금을 주는 개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계약이 취소된 것이니 원상으로 복귀하라는 것이고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은 계속 가지고 있으면 법상 부당이득이 되기 때문에 돌려주라는 것”이라며 “금감원 분쟁 조정 첫 사례일 뿐이지 지난 2016년 피닉스펀드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있었고 그런 사례를 근거로 조정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금까지 금감원 분쟁조정은 대개 50% 내외 배상 비율을 내렸다. 높아 봤자 80%가 최대였다. 김 처장은 이번 사건이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사건 중에서도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 결과 100% 배상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조사 결과 금감원은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2018년 11월 투자처였던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 부실을 인지한 이후 이를 감추려 운용방식을 변경해가면서 펀드 판매를 이어왔다고 봤다.

라임운용은 투자제안서에 이미 부실이 발생한 IIG 과거수익률이 매달 0.45% 상승하는 것으로 기재하고 목표수익률도 7%로 적는 등 총 11개 중요내용을 허위·부실 기재했다.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는 이런 투자제안서 등에 대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상품 출시를 결정하고 투자자를 끌어모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조정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진다면 개인 500명·법인 58개사는 투자원금 1611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매사 조정안 수락 여부 ‘관건’

앞으로 관건은 판매사가 전례 없는 조정안을 수락하느냐다.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 판매사는 조정안을 접수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밝혀야 한다. 관례에 따라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서 늦어도 내달 초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김철웅 금감원 분쟁조정2국장은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법리검토를 거친 권고안이므로 금융사들이 수용하기를 기대한다”며 “금융사 내 이사회 상정 사안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무역금융펀드 설정액은 총 2438억원이다. 이 중 IIG편입 펀드와 미편입 펀드를 합해 모자형으로 투자구조를 바꾼 2018년 11월 27일 이후 판매된 규모는 1611억원에 달한다. 판매사별로 보면 우리은행(650억원) 신한금투(425억원) 하나은행(364억원) 미래에셋대우(91억원) 신영증권(81억원) 순이다.

판매사가 불복한다면 치열한 법적 공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분조위 결정은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 수준이다. 판매사가 권고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재판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김철웅 국장은 “사실 법적인 효력이 없다는 게 분조위의 한계”라며 “판매사가 이번 권고에 불복하면 사실상 투자자와 판매사 간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간 법학박사 등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이번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 국장은 “판매사의 미수락으로 소송까지 가더라도 이번 분조위 결정이 탄탄한 근거가 돼 법리 다툼에서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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