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대형 SUV 중 3열 최고..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남현수 기자I 2019.05.07 17:47:33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10년 전 만해도 프리미엄 SUV 시장은 랜드로버(레인지로버 포함)가 꽉 잡고 있었다. 전 세계적인 SUV 붐을 타고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속속 SUV 시장에 가세하면서 랜드로버의 경쟁자가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랜드로버는 브랜드를 2개로 분리하는 결정을 했다. 프리미엄 라인은 이보크부터 시작하는 레인지로버가 담당한다. 그 아래는 대중차보다 한 단계 높은 고급차 이미지로 포장한 디스커버리와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몫이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같이 세컨드 브랜드를 따로 만든 것이 아니라 브랜드 내에서 라인업 분리로 실리를 택한 것이다.

‘디스커버리’는 이전부터 극강의 오프로더 ‘디펜더’와 '사막의 롤스로이스'로 불렸던 우아한 럭셔리 SUV ‘레인지로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모델이었다. 디스커버리는 단순히 크기만 큰 대형 SUV 역할뿐 아니라 실속 있는 구성으로 가득 차 7인승 패밀리카 역할로 안성맞춤이었다. 2세대부터 7인승 모델로 변신하면서 쌓아 온 노하우를 5세대 디스커버리에서 십분 발휘했다. 대형 SUV 3열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편안하고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2019년형 디스커버리의 가장 큰 매력은 편안한 3열 시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외관 변화는 같은 디스커버리가 맞나 싶을 만큼 큰 변화를 이뤄냈다. 랜드로버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입은 전면부는 날렵한 헤드램프와 함께 앞으로 툭 튀어나온 범퍼가 인상적이다. 측면을 보면 이전 디스커버리에 비해 각이 많이 사라졌다. 비대칭으로 자리잡은 후면 번호판은 이전 모델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유지한 부분이다. 워낙 구형 디자인이 좋다보니 5세대 신형 디자인에 대해선 ‘좋다’ 혹은 ‘나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디자인의 아쉬움을 모두 떨쳐 낼 수 있을 만큼의 넉넉한 실내공간과 상당한 온·오프로드 주행 실력이 이를 대신한다.

이번에 시승한 디스커버리는 2017년 출시된 5세대 2019년형이다. 연식변경 모델이지만 꽤나 많은 변화를 이뤘다. 가장 큰 변화는 파워트레인이다. 기존 TD6로 이름 붙었던 3.0L V6 디젤 싱글터보 엔진은 SD6로 이름을 바꾸면서 터보를 하나 더 달았다. 트윈터보를 얹은 3.0L V6 디젤엔진의 출력은 기존 대비 출력은 48마력, 토크는 10.2kg.m씩 더 증가해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발휘한다. 덕분에 2450kg에 달하는 무거운 차체를 이끌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5초만에 끊을 수 있다. 이전보다 0.6초 단축시킨 수치다.

프레임바디를 버리고 모노코크 바디를 선택함과 동시에 레인지로버에 사용한 알루미늄 플랫폼을 일부 도입해 무게를 줄였다. 4세대 모델(2705kg) 대비 255kg 줄었다. 2.0L 4기통 인제니움 디젤엔진을 선택하면 2335kg으로 무게는 더 준다.

디스커버리의 주행감각은 마치 큰 배를 운전하는 듯하다. 높은 차체와 무거운 공차중량, 부드러운 에어서스펜션의 조합은 실내 어느 곳에 탑승해도 시종일관 편안한 승차감을 전달한다. 다만 무거운 차체와 높은 전고로 과격한 드라이빙은 기대할 수 없다. 디스커버리로 시속 150km 이상 고속으로 질주하는 것은 차량 콘셉과 맞지 않다. 디스커버리는 악셀은 조금만 밟아도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토크를 느끼며 항속으로 주행하는 게 어울린다.

연식변경을 거치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진화했다. SD6 전모델에 장착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는 스톱 앤 고가 추가됐다. 전방 차량을 따라 정차하는 것은 물론 3초 이내에 다시 출발하면 별도의 조작 없이도 따라 움직인다. 정체 구간에서 매우 쓸모 있는 기능이다. 다만 반자율 주행 시스템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떨어진다. 차선 한가운데를 주행하지 않고 좌우로 핑퐁하듯 움직여 운전자를 불안감에 빠지게 한다.

2018년 연식 변경 때 추가된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운전자가 원하는 정보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정보 전달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첨단 느낌을 준다. 이 외에 1열과 2열 열선 시트와 2개의 선루프, 2열 공조장치 등이 편리함과 안락함을 더한다. 가장 높은 트림을 선택하면 3열시트까지 열선이 장착되는 것은 물론 2열 시트에도 통풍 기능이 더해진다.

디스커버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넉넉한 실내 공간이다. 디스커버리에는 성인 2명이 앉을 수 있는 3열 시트가 달려있다. “생색내기용 3열시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은 3열에 앉아 마자 눈 녹듯 사라졌다. 최근 앉아 본 대형 SUV 3열 가운데 가장 나은 공간을 보여준다. 3열 시트 방석이 2열 것보다 더 길다. 좌석에 앉으면 허벅지가 뜨긴 하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다. 2열을 뒤로 끝까지 민 상태에서 178cm의 기자가 3열에 앉으면 무릎이 ‘닿을락 말락’하는 공간이 나온다.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뒤로 누워져 있을 뿐 아니라 헤드룸도 여유있다. 2열에 앉은 승객이 의자를 앞으로 슬라이딩을 해주면 성인 6명이 타고 편안하게 장거리 여행이 가능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3열 승객을 위한 충전용 USB 포트도 2개 마련됐다. 다만 3열을 위한 별도의 공조장치가 없는 점은 아쉽다. 3열을 위한 희생이었는지 2열 좌석은 방석이 좁고 쿠션이 얇다. 그럼에도 무릎공간이나 헤드룸은 여유가 있어 큰 불만은 없다. 1개의 선루프와 1개의 글라스루프가 천장에 자리잡고 있다. 덕분에 2,3열에 앉은 승객도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자식 에어서스펜션으로 후방 차고를 내려 적재편의성을 높인 트렁크는 큰 차체 덕분에 용량이 넉넉하다. 3열 시트를 접었을 경우 1137L에서 2열 시트까지 폴딩하면 2406L까지 공간이 늘어난다. 7명이 앉기 위해 모든 의자를 펼치면 258L의 공간이 남는다. 전작의 클램쉘 테일게이트는 사라졌지만 흔적은 남았다. 전동식으로 접히고 펴지는 이 받침대는 길이는 짧지만 전작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무거운 짐을 적재할 때 유용하다. 성인 세명이 걸터 앉아도 끄떡없다.

디스커버리가 럭셔리를 입고 새롭게 태어났다. 가격대도 1억원대로 훌쩍 뛰었다. SUV 특유의 넓은 시야와 안락한 주행감각 그리고 넉넉한 실내공간까지 갖췄다. 두둑한 토크를 바탕으로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는 능력과 수 십 년간 오프로드에서 다진 험로 주파 능력 등은 디스커버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 포인트다. 오프로드 성능만을 강조했던 지난 모델과 달리 고급형 온로드 SUV로 돌아온 디스커버리. 마감과 소재는 아직도 대중차 영역에 그치는 게 아쉽운 부분이다.

한 줄 평

장점 : 안락한 승차감과 넉넉한 실내공간. 광활한 3열은 매력

단점 : 1억원대로 훌쩍 뛴 가격에 비해 대중차 같은 마무리와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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