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각각 50%, 20%로 기존보다 두 배 올린다고 발표했다. 당일 터키 리라화는 13.6% 급락하며 터키발 유럽 신흥국 우려감이 확대되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신흥유럽주식형 펀드는 지난 한 주(6~10일)에만 4.02%가 내렸다. 이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는 0.39% 상승했다.
개별 펀드로 보면 템플턴자산운용의 ‘템플턴이스턴유럽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Class A’가 연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연초 이후 14.11% 하락하고 있는 이 펀드는 지난주에만 3.25%가 하락했다. 러시아와 터키, 폴란드 등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터키 가란티 은행 등 터키 자산에 전체 자산의 약 18%를 투자하고 있다.
또 이 펀드 전체 자산의 약 5%를 차지하는 러시아 스베르방크와 4%를 차지하는 헝가리의 오티피 은행(OTP BANK) 등의 유럽 은행주들도 터키에 대한 대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많아 수익률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설정액도 감소했다. 지난 한 주간 신흥유럽주식형 펀드에서 약 3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연초 대비해서는 약 997억원의 설정액이 줄었다. 반면 미국이 속해있는 북미 주식형 펀드에는 한 주간 154억원의 설정액이 증가했다. 연초 대비해서는 2724억원이 늘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이 지속되는데다 터키 리라화가 급락하며 신흥국에 대한 우려감이 확대됐다”며 “단기적으로 신흥국 유동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신환종 NH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터키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이라며 “터키 정부가 신뢰할만한 정책 변화를 보여줄 때까지 리라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에는 디폴트(채무불이행)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터키의 지난 5월말 단기외채 규모가 약 1200억 달러(한화 약 136조원)로 외환보유고의 두 배에 달한다”며 “리라화 약세가 낳을 터키의 디폴트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유럽과 아세안, 중국 등을 포함한 전체 신흥국 펀드로 확장시키면 터키발 리스크의 영향은 미미하다는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체 신흥국 펀드에서 터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라며 “터키 리스크가 전체 신흥국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