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이후 국토부와 서울시는 감리 제도 개선을 논의해왔다. 앞서 국토부는 3월 감리 내실화 등 ‘부실시공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감리자의 공사중지 명령(건축주나 시공사가 법규나 설계도서에 어긋난 공사를 할 때 감리자가 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에 손해배상 면책 규정을 도입하고 부실 감리시 감리비 지급을 보류하도록 했다. 공공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이 민간공사까지 감리 실태를 감독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서울시 “감리자 공사중지 명령 불복하면 법적 처벌” 건의
서울시는 그간 논의와 현장 건의를 바탕으로 추가 개선안을 마련했다. 서울시 안(案)은 국토부 안보다 더 수위가 강력하다. 공사중지 명령만 해도 면책 규정만 도입키로 한 국토부 안에서 더 나가 징역·벌금 등 처벌 규정 도입을 제안했다. 건축주·시공사와 감리자가 갑을 관계로 묶인 현실에서 제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중지 명령이 있어도 처벌 규정이 없으니 제도를 활용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감리비 현실화를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자를 지정한 경우 대가 기준에 따라 감리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건축주가 감리자를 지정할 경우 별도 기준이 없다. 덤핑 감리와 그에 따른 감리의 예속화가 일어나는 이유다. 서울시는 국토부 시행령으로 감리비용 기준을 정해 내실 있는 감리를 유도하자고 건의했다.
이와 함께 건의안은 전문성도 강화해 품질이나 구조 안전 분야 감리원 배치를 의무화하고 주택 공사는 소규모라도 유경력자만 감리를 맡을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는 서울시 건의를 바탕으로 법령 개정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건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데다가 새 정부도 감리 권한 강화에 적극적인 만큼 상당수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달 발표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서 감리를 포함한 ‘건설 주체의 안전 확보 책무 강화’를 포함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설 주체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엄격한 감리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비용 증가·인력 확보는 과제
문제는 비용이다. 감리비를 현실화는 데 더해 감리 자격이 강화되면 공사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론 시공사 부담이지만 장기적으론 수분양자(건축물 등을 분양받은 사람)에게 전가된다. 다시 말해 분양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투명하게 감리를 통해서 현장 안전을 강화하자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면서도 “가뜩이나 원자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기업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부담시키는 건 곤란하다. 조금 더 넓은 차원에서 건설 안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력 확보도 고민이다. 제도 강화에 맞춰 단기간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만기 경희대 건설안전경영학과 교수는 “공공공사부터 품질·안전 전담 감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지금 건설현장마다 인력을 확보하느라 아우성이다. 사업비가 적은 소규모 현장일수록 문제가 심각하다”며 “일정 부문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수급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