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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강조한 중국…'충성서약'에 선거제 개편 가능성도

신정은 기자I 2021.02.24 16:31:37

공직자 자격 법안 개정안 마련…충성서약 확대
다음달 양회서 홍콩 선거제 손질할 수도
홍콩시민 2주만에 5천명 英비자 신청

2020년 양회(兩會) 시작을 알리는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회의 개막식에 지난해 5월21일 시진핑 국가주석(맨 아래 왼쪽)이 회의장인 인민대회당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만들겠다고 선포한 가운데 홍콩 행정부에 이어 입법기관에서도 반중파의 싹을 잘라낼 전망이다.

24일 홍콩 매체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전날 공직자의 자격에 관한 법안 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충성서약 의무 대상이 현재 행정장관, 입법회의원, 판사, 행정부 고위 관료 등에서 구의원까지 확대된다.

충성서약을 위반하면 자격이 박탈되고 향후 5년간 공직에 출마할 수 없다. 또한 서약하는 자의 진실성이 의심된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즉시 자격박탈이 이뤄질 수 있다.

장다밍 홍콩대 교수는 “자격 박탈 요건이 사람에 따라 주관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면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자격을 즉시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은 재판 전에 판결을 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홍콩의 실질적인 내각인 행정회의를 통과했으며 내달 17일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현재 홍콩 구의회는 지난 2019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범민주진영이 장악하고 있다. 당시 반중국 시위에 힘입어 구의원 선거는 70%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했고, 범민주진영이 452석 중 388석을 차지했다.

홍콩 구의회에는 큰 권한은 없지만 선거를 통해 민심을 보여준다는 상징성이 있다. 이에 중국이 홍콩 구의회 손보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중국 당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시한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愛國者治港)’는 원칙에 따라 홍콩 정부를 뒤흔들고 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지난해 11월 모든 야당 의원이 사퇴하면서 이미 친중 의원들로만 채워진 상태다.

아울러 중국은 다음달 4일 열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자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홍콩의 선거제를 아예 바꿀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중앙정부가 아직은 ‘경청 모드’이지만 홍콩 선거제 전면 손질과 같은 선택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 선거나 공직에 나가려는 사람에 대한 자격심사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날 보도했다. 홍콩에서 반중국 인사의 출마를 원천 봉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홍콩의 자유분방한 민주주의를 완전 복종을 요구하는 본토의 권위주의 체제와 더 흡사하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 홍콩 시민들은 자유를 찾아 이민을 신청하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홍콩인을 대상으로 이민 신청 문호를 확대한 지 2주 만에 5000명이 신청했다. 연말까지 신청자는 15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자 ‘영국-중국 공동선언’ 위반이라면서 홍콩인을 보호하기 위해 이민법을 개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홍콩인이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BNO) 비자를 신청하면 5년간 거주·노동이 가능하고, 5년 뒤에는 정착 지위(settled status)를 부여한 뒤 다시 12개월 후에 시민권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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