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에 움츠렸던 증권株, 동학 개미에 '기지개' 켜나

고준혁 기자I 2020.07.14 20:00:42

세제 개편안 발표후 최대 11.5%↓…2Q 실적 앞두고 9%↑
증권사 5곳 2Q 순이익, 전분기比 1826%↑ 전망
"사상최대 증기대기자금, '역대급' 영업 환경"
ELS 마진콜 위기 진정 등도 이익 증대 요인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정부의 금융세제 개편 발표에 하락했던 증권주(株)가 최근 반등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에 출현한 ‘동학 개미’ 덕에 2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다은]
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키움증권(039490)은 전날부터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이날까지 9% 상승 마감했다. 지난달 25일 이후 이달 10일까지 11.6%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이틀 만에 크게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한국금융지주(071050)도 11.5% 내렸다가 4.9% 올랐다. NH투자증권(005940)삼성증권(016360)도 각각 7.1%, 4.3% 하락했다가 4%, 4.9% 상승하며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미래에셋대우(006800)는 1.9% 하락, 3.2% 상승으로 비교적 변동성이 작았다.

증권사 5곳의 이같은 주가 흐름은 투자자들이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한 정부 정책 발표를 부정적으로, 2분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 정부는 ‘금융투자 활성화 및 과세 합리화를 위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중 2023년부터 모든 주식투자자에게 주식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는 대목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식에 대한 비과세 장점이 사라져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을 제한시킨다는 것이다.

이후 증권주는 하락하거나 횡보하다가 이번주부터 2분기 실적 반등에 기대감에 상승 반전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 5개 증권사 합산 지배주주 순이익은 990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82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는 ‘동학 개미’의 시장 유입이 꼽힌다. 대규모의 신규 개인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이후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거래를 시작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5.5%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회전율도 코스피는 195%, 코스닥은 930%로 2000년대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고객예탁금은 46조2000억원으로 7.2% 늘고 신용잔고는 12조5000억원으로 93.6% 증가했다. 투자주체별 개인 비중은 개인 77.9%로 기관 9.8%, 외국인 12.3%에 비해 압도적이다. 2분기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자금을 가지고 주식투자를 활발히 해온 셈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로 사상 최대 거래대금과 증시대기자금이 몰려 있는 등 증권사들이 영업하기 좋은 역대급 환경”이라며 “옵티머스와 젠투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관련 악재로 증권주들이 눌려 있긴 하지만 손실 반영이 아직 제한적이어서 지금처럼 주식 거래가 활황일 때 무조건 증권주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하 케이프증권 연구원도 “사모펀드 환매 중단에 대한 판매사 책임이 대두되는 등 부정적인 노이즈가 있다”면서도 “풍부한 유동성에 의한 자금 회전, 발행, 유통 과정에서 수수료가 늘어나는 등 실적 호조에 의한 상방 압력이 더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초기 증권사 부도설까지 나오게 했던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위기가 해소되는 등 손실을 만회한 것도 2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 자체 헤지 규모가 커 휘청거렸던 증권사들은 글로벌 주가가 회복되면서 일부분 손실이 복구됐고, 이중 일부는 ELS를 추가 발행하면서 수익을 낸 곳도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리가 안정되면서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에서도 이익이 상당히 났을 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