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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끌고 가지만 철강·석화는 부진"…하반기 제조업 'K자형 성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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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I 2026.07.16 14:51:06

한국산업연합포럼 하반기 산업경제 진단
"반도체 올해 4천억달러"…수출 사상 최대 전망
전통 제조업은 관세·공급과잉 등에 부진 예상
"CPTPP 가입 및 FTA 확대 적극 추진해야"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올 하반기 국내 제조업은 반도체가 사상 최대 호황을 이어가며 수출과 성장을 견인하겠지만,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은 관세 부담과 공급과잉, 수요 둔화의 삼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과 경제성장률은 개선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성과가 집중되면서 전통 제조업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K자형 성장’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 주최 '2026년 하반기 산업경제 진단 및 대응 방향'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산업연합포럼)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 주최 '2026년 하반기 산업경제 진단 및 대응 방향'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산업연합포럼)
16일 한국산업연합포럼이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개최한 ‘2026년 하반기 산업경제 진단 및 대응 방향’ 포럼에서는 반도체의 독주가 이어지는 반면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은 부진이 지속되는 업종별 전망이 제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중동 리스크로 하향 조정되고 있음에도 한국 경제는 반도체와 AI 하드웨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이 오히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하반기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뿐 아니라 서버, 저장장치, 전력기기, 냉각장치 등 연관 산업 전반의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글로벌 4대 빅테크의 AI 투자 규모는 약 7000억달러, 데이터센터 장기 임차 규모는 8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장 원장은 하반기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더라도 반도체에 편중된 성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는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호조를 이어가겠지만, 자동차부품과 철강은 보호무역 강화와 관세 부담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석유화학도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더해 통상 환경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강제노동 관련 무역법 301조 초안은 한국 등 46개국에 12.5%의 추가 관세를 제시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철강 무관세 쿼터를 3382만톤에서 1835만톤으로 46% 축소했다. 관세 부과뿐 아니라 원산지와 공급망에 대한 검증도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통상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 원장은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특정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시장과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기업들의 통상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며 “원재료와 부품,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공급망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업종별 발표에서도 반도체와 전통 제조업의 하반기 전망은 뚜렷하게 엇갈렸다.

이지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올해 반도체 수출이 AI 서버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급등에 힘입어 약 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1734억달러)보다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는 2375억달러로 전년 대비 16.5%, 글로벌 빅테크 설비투자는 7052억달러로 67.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의 AI칩과 메모리 추격,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지속 여부는 하반기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반면 석유화학은 하반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심도용 한국화학산업협회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신규 설비 가동으로 생산은 증가하겠지만 두바이유와 에틸렌 가격 하락으로 고가 원료를 먼저 투입한 뒤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역래깅’ 현상이 발생해 수익성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업황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업계도 녹록지 않은 전망을 내놨다. 홍승민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생산 조정이 지연되면서 대규모 순수출이 이어져 글로벌 철강 가격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철강 내수는 기저효과로 소폭 회복되겠지만 미국의 50% 관세와 EU의 철강 무관세 할당(TRQ) 축소 영향으로 수출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국산 무관세 쿼터가 약 20% 줄어든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과 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수출 여건이 예년만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지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실장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경기 둔화와 중동 리스크 영향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국내 생산은 1.5% 증가하겠지만 해외 현지 생산 확대 영향으로 수출은 0.3%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판매 확대는 하반기 시장을 지탱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 보호무역 강화는 성장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업종 간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의 규제 혁신과 기업의 생산성 제고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반도체는 성과를 나누는 데 집중하기보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성과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는 규제 혁신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와 사업재편을 지원하고, 기업은 로봇·AI·스마트공장 투자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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