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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국가권력은 법에 따라 행사되기만 하면 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가 아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실질적 평등을 추구하는 내용의 법률을 전제로 하는 진정한 의미의 ‘법의 지배’, ‘실질적 법치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며 “법을 만들고 다루는 국가기관과 법조인들이 솔선수범해 법의 권위를 존중하면서 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시각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돌이켜 보고 성찰해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은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것일 뿐, 특별한 의도를 갖고 한 발언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김 대법원장이 정치권과 검찰 모두를 에둘러 비판한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검수완박 입법을 두고 여야는 갈등 구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2일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협의 국면에 들어가는 듯 했지만, 국민의힘이 이날 중재안에 대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입장을 번복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비판하며 강행 처리 의지를 내비쳤다. 이같은 입법 과정에서 직·간접 당사자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없는 점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검수완박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제 식구 감싸기’, ‘별건 수사’ 등 검찰 수사의 공정성 문제도 조명됐다. 이에 검찰은 자체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하는 등 자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검사들이 회의체를 잇달아 구성하는 등 집단행동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 대법원장을 비롯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광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정부포상 수상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법의날은 1964년 법의 존엄성을 되새기고 법치주의 확립 의지를 확고히 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국가 기념일이다.
이종엽 변협회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는 그 자체로 국가의 형사 사법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중대사안이므로 형사사법 전반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범계 장관은 “5년을 함께 한 정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마주한 이때 법의날을 맞이해 정의와 법치주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며 “법치주의 확립이 정의를 보다 강하게 보장하는 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