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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앞세웠지만, 집단감염 못막는 정부…책임 회피·현장관리 미흡 '도마'

남궁민관 기자I 2020.12.29 18:20:46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자 '단일시설' 최다
전수검사 '늦장대응'에 법무부-서울시 책임 공방까지
요양병원 등 집단감염 빈번…'K-방역' 불신 흘러
시설 현장관리 강화 더해 내부 감염도 고려해야

[이데일리 남궁민관 양지윤 기자] 이른바 ‘K-방역’을 앞세워 대국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던 문재인 정부가 국가 관리 시설인 구치소에서 대규모 감염사태를 막지 못해 국민적 불신을 낳고 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 등 강도높은 규제를 가하고 있는 정부가 정작 구치소, 요양원 등 감염병에 취약한 대규모 밀집 시설에 대해선 안일한 대응으로 방역의 둑을 스스로 무너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구치소 집단감염…초기 대응 실패 책임 법무부냐, 서울시냐

2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동부구치소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오후 2시 기준 748명(직원 21명 수용자 및 출소자 727명)으로 공식 집계된 가운데, 이날 현재까지 76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 수용자 중 1명은 지난 24일 형집행정지로 출소해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숨졌다.

정부가 관리하는 교정시설에서 800명에 육박하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더해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법무부의 늦장 대응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다. 이번 집단감염 사태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교도관 가족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법무부는 이후 3주가 흐른 이달 18일에야 서울동부구치소 직원 및 수용자에 대한 1차 전수 진단 검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지난달 27일 직원 가족을 통해 감염된 이후 직원 및 접촉자를 중심으로 진담검사를 실시했으며 12월 14일 수용자 1명이 확진돼 서울동부구치소가 역학 조사 시 수용자 전수검사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다”며 “그러나 서울시와 송파구에서는 ‘수용자 전수검사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전수검사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서울시와 송파구에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이에 서울시 측은 “14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관련자들이 회의를 하던 중 전수검사 관련 이야기가 나왔으나 공식 의제로 올라오지 않아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법무부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당시 회의에선 도권 질병대응센터와 서울시, 송파구, 동부구치소 관계자들이 참여했으며 법무부 관계자는 별도로 참석하지 않았다고 시는 전해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법무부가 책임론에서 자유로워 보이진 않는다. 서울동부구치소는 아파트 형태로 방역당국이 경고한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한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을 갖추고 있는 데다, 이달 7일 기준 수용정원인 2070명을 훌쩍 넘은 2413명을 과밀 수용하고 있었다. 단 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도 기민하게 대응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법무부 역시 “과밀수용으로 인해 확진자와 접촉자를 그룹별로만 분리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 사이 서울동부구치소발(發) 코로나19 감염 공포는 법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동부구치소 내 확진 수용자 중 70명은 지난 14~18일 사이 서울북부지법에, 11명은 지난 3~18일 사이 서울동부지법에 각각 출석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함께 법정에 나선 법관과 검사, 변호인 등 2·3차 감염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9일 오후 광주 북구의 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북구보건소 코로나 대응 의료진들이 종사자와 센터 이용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요양병원·의료기관 집단감염도 빈번…현장 관리 실종

서울동부구치소 내 집단감염 사태가 일파만파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요영병원 및 의료기관 관련 집단감염에 대한 정부의 현장 관리에 신발끈을 바짝 조여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3주간 요양병원·의료기관 관련 집단감염 건수는 31건으로, 전체 집단감염의 약 20% 수준.

방역 당국이 수도권 내 요양병원의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전수검사 등을 진행하며 관리를 해온 점을 감안하면 요양병원 등의 집단감염 발생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에 따르면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집단감염의 70% 이상은 간병인이나 종사자로부터 전파된 사례다. 특히 간병인 교체 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불충분하거나 신규 입소자에 대한 검사가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서울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를 두고도 한립대 감염내과 전문의 이재갑 교수는 “감염요인은 복합적으로 판단되나, 직원에 의한 감염확산보다 3차 대유행 후 무증상 감염자인 신입수용자에 의한 감염확산이 더 많아 보인다”고 의견을 낸 바 있다.

일각에선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요양병원이나 시설 자체를 코호트(동일집단) 격리하면서 내부 감염에 더욱 취약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요양병원이나 군·교정시설, 학교 등 밀집도가 높은 생활환경뿐만 아니라 사업장과 같은 곳도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 공통적인 방역지침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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