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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은 소득 하위 70% 가구에 지급하기로 했던 재난지원금을 ‘고소득층 기부방안 마련’을 전제로 전국민에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고소득층이 재난지원금을 ‘자발적’으로 받지 않겠다고 하면 기부금으로 간주해 회수하고 대신 연말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부를 유도하는 방안은 막연히 국민 선의에 기댄다는 점에서 재정 경감 규모를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기존 추경안에 더해 새로 지급대상에 포함된 소득 상위 30%에 줄 재난지원금을 적자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민주당에서는 전국민 지급을 위해서는 3조원 가량의 재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3일 “추가 재원 소요를 국채 발행 등으로 조달하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법률 제·개정 등 법적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발적 의사에 따라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한 후에 기부한 국민들께는 소득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기부금 세액공제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는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총 7조 6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게다가 현재 추경안은 전체 재원의 20%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급대상이 늘어나는 만큼 지자체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여당은 재난지원금을 선지급한 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반납한 지원금으로 ‘일자리 기금’을 조성해 취약계층 고용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나 이 역시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깜깜이다. 정치권 등은 재난지원금 기부 캠페인 등으로 반납을 최대한 유도하겠다는 발상이지만 실제 반납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미지수여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부로 마련된 재원은 고용유지와 실직자 지원 등 더 시급한 곳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당정청이 의견을 같이 했다”며 “사안의 시급성과 정치권에서의 문제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라디오에 출연해 “(자발적 기부)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봐야 되겠다”며 “나눔과 기부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국가 재정을 아끼는 데 효과가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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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소득세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기부금에 대해 15%(1000만원 이하)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만약 4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는 1인가구가 재난지원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6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명확히 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다. 가구 단위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을 개인 단위의 세액공제에서 어떻게 반영할지부터 고민거리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가구 단위로 지급할 예정인데 이를 가구원 가운데 한 사람의 기부금으로 볼 수 있을지, 가구원 수로 나눠 세액공제를 적용할지 등이다.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절차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기부의사를 확인할지도 역시 깜깜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구 지급과 개인 공제가 일치하지 않는 만큼 지급을 개인 기준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기부 의사와 관련해선 소득세법에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은 경우를 기부금으로 본다는 규정을 넣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소비 진작을 돕기 위한 재난지원금이 정치 논리에 휩쓸리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지원금 범위를 두고 논쟁이 계속되면서 ‘긴급 지원’이 아닌 ‘늑장 지원’이 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정치적인 일정과 겹치면서 대상이 100%로 확대됐다”며 “제도 안에서 다루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더 복잡하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