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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고위법관들도 줄줄이 간다는 석좌교수가 뭐길래

신하영 기자I 2020.03.10 18:46:36

김영란·문무일 이어 조희대 前대법관도 석좌교수行
1985년 첫 도입된 석좌교수, 정규강의 없이 특강·연구
연봉도 계약 따라 천차만별…"200만~1억3000만원"
법조인 전관예우 문제 없고, 대학은 전문강의 가능해
임권택 영입한 동서대 성공사례, 전문성 살린 문무일

[이데일리 신하영·신중섭 기자] 조희대 전 대법관, 문무일 전 검찰총장, 김영란 전 대법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최근 고위법관 출신이나 이름난 법조인이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새삼 석좌교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희대 전 대법관(사진=연합뉴스)


10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조희대 전 대법관은 지난 4일자로 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임용기간은 2년이며 정규강의를 맡진 않지만, 특강 형태의 수업에는 나설 예정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로스쿨은 법조 실무자를 양성하는 전문대학원”이라며 “실무교육 영역을 보완하기 위해 조 전 대법관을 석좌교수로 영입했다”고 했다.

◇고위 법조인들의 잇단 대학 行

지난해 11월에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고려대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같은 해 7월 퇴임한 뒤 3개월 만이다. 문 전 총장은 고려대 정보대학 컴퓨터학과에서 디지털포렌식 관련 연구·특강을 맡았다. 법조인 출신이 로스쿨 소속이 아닌 정보대학 소속으로 영입된 것은 이례적이다. 고려대는 문 전 총장이 최초로 디지털포렌식 기법을 검찰수사에 도입한 점을 들어 석좌교수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청탁금지법(부정청탁·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도 2010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서강대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 아주대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최근 법조인들이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늘면서 석좌교수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법학계에선 고위 법관들의 대학 행(行)을 전관예우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코스로 해석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고위 법관들의 석좌교수 영입이 늘어난 것은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며 “대학 입장에선 이들의 실무경험을 학생교육에 활용할 수 있고 법관들은 대학을 선택함으로써 변호사 개업으로 얻게 될 전관예우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 차한성 전 대법관이 공직에서 물러난 뒤 변호사 개업 신고를 하자 이를 철회해달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당시 변협은 성명서를 통해 “대법관을 지내다 퇴임했다면 변호사 개업을 통해 사익을 취하는 모습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차 전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고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재단법인 동천 이사장직을 맡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시 변협의 철회 권고가 있고 난 뒤 법관들은 전관예우 논란에 민감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본래 석좌교수제는 대학의 교육·연구력 제고에 도움을 받기 위해 해당 분야의 석학·권위자를 교수로 초빙하는 제도다. 198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뒤 대학가로 확산됐다. 대학은 외부기관이나 개입 기탁금으로 조성한 석좌기금이나 발전기금을 재원으로 석좌교수를 영입한다. 대학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주로 자체 인사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총장이 임명한다.

◇“경력관리 수단으로 변질” 비판도

최근에는 석좌교수제가 고위 공직자·정치인들의 경력관리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사립대 총장을 지낸 A대학 명예교수는 “대학이 유명 인사를 석좌교수로 영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치인 등이 먼저 대학에 석좌교수로 임명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더 많다”며 “경력관리 차원에서 석좌교수란 명예를 얻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대학에선 유명 인사를 영입한 뒤 홍보수단이나 로비창구로 쓰기도 한다.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 출신을 영입하는 경우 재정지원을 따내는 대정부 창구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석좌교수들이 받는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본인이 원해 ‘석좌교수’직을 얻고 싶은 경우 무보수로 영입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대로 대학이 영입을 원할 땐 보수가 상향 책정된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10월 4년제 대학 25곳을 조사한 결과 석좌교수 61명은 강의를 하지 않아도 연간 평균 3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간 차이도 커 이들 대학의 석좌교수 연봉은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1억3000원까지 다양했다.

석좌교수 영입의 모범 사례도 있다. 부산의 동서대의 경우 2007년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을 석좌교수로 영입한 뒤 학생교육에 도움을 받고 있다. 당시 동서대는 임 감독 영입 후 단과대학인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을 설립하고 영화과·연기과 등 3개 학과 신입생을 선발한 뒤 ‘임권택 효과’를 보고 있다. 동서대 관계자는 “임 감독 영입 후 영화 전문가들의 강의와 현장 실습이 늘었다”라며 “실제 영화에 스테프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부분은 모두 학생들의 취업에 유리한 경력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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